한 번에 6억 올랐다가 1.5억 떨어진 강남 아파트…하락세라는 정부

홍남기가 콕 찍어 하락했다는 강남 집값
거래 살펴봤더니

홍남기 "강남 3억4000만원 하락"
증여 의심 직거래 반영

김회재 "서초 1억5000만원 하락"
'6억' 급등한 거래와 비교
제3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강남 4구 집값이 평균 3억4000만원 하락했다고 발언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스1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집값 하락사례를 거론하며 '집값 하향 안정'을 강조하고 나섰다. 강남 4구의 평균 매매가가 3억4000만원 하락하고 1억원 이상 가격이 급락한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대표적인 하락 사례로 제시된 것들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4% 하락했다. 그나마도 강남 4구에 해당하는 서울 동남권 매매가는 0.01% 상승했다. 통계보다 과도한 수치를 내세운 탓에 신뢰성이 떨어진 셈이다.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24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수도권 지역 아파트 실거래가 동향’ 자료를 바탕으로 1월 서울 아파트 하락 거래 비중이 52.1%에 달한다며 "하향안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하락 사례로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호2차' 전용 127㎡ 22억5000만원(직전 거래 대비 1억5000만원 하락)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 84㎡ 11억원(작년 10월 대비 2억1000만원 하락) △관악구 봉천동 보라매삼성 전용 84㎡ 9억5000만원(작년 11월 보다 1억2000만원 하락) 등을 제시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 "이전 거래가가 높다", "급매 물건"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너무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초구 방배동 삼호2차 단지내 상가 A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번 신고가를 써야 상승이냐"며 "단건 하락이 나왔지만, 직전 거래의 오름폭을 고려하면 여전히 상승세"라고 말했다.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이 아파트 전용 127㎡가 거래된 것은 6건에 그친다. 2020년 5월 16억4000만원, 7월 17억8000만원, 11월 17억3700만원, 2021년 2월 18억원, 10월 24억원, 2022년 1월 22억5000만원에 손바뀜되며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했다. 최근 매매가가 직전 대비 1억5000만원 하락했지만, 직전 거래는 이전 대비 6억원이 급등한 상태였다.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매매가 한 건 보다는 추세를 봐야 한다. 꾸준히 상승하다 한 건에서 6억원이 올랐고, 직후 1억5000만원이 떨어졌다면 방향은 여전히 우상향"이라며 해당 거래를 집값 하락의 근거로 삼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의 경우 일반적인 시세가 아니라는 게 현지에서의 얘기다. 장위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저층에 전세를 끼고 있어 입주가 안 되는 급매물이었다"며 "입주 가능한 매물 시세는 13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1억2000만원 하락 거래의 예시로 지목된 봉천동 보라매삼성 아파트를 주로 거래하는 중개업소 관계자도 "이전 거래는 전망이 트인 곳이고 최근 거래는 단지 내 주차장 뷰"라며 "'로열동' 차이를 무시할 수 없고 입주가 가능한 집과 불가능한 집이라는 차이도 있었다. 대세 하락을 거론하기엔 부적절한 사례"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제3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재고주택 가격(매매가격지수)이 2주 연속 하락했다"며 "이달 강남 4구 실거래 계약을 보면 초소형(40㎡ 미만)을 제외한 아파트 평균 하락 금액이 3억4000만원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서 이달 강남 4구의 매매가는 서초구 0.00%, 강남구 -0.02%, 송파구 -0.06%, 강동구 -0.07% 변동에 그쳤다. 상승세가 멈추고 하락으로 전환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평균 하락 금액이 3억4000만원에 이른다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거래량 급감한 와중에 하락거래…"의미 부여하기 어려워"

홍 부총리가 언급한 기간 강남 4구에서 신고된 거래는 강남구 14건, 송파구 12건, 강동구 12건, 송파구 9건 등 총 47건에 그친다. 지난해 2월 강남 4구 거래량 799건의 5.8%에 불과한 거래량이다. 그나마도 40㎡ 미만을 제외하면 25건으로 줄어들고 시세 비교가 가능하도록 지난해 거래가 1건 이상 있었던 사례를 다시 추리면 18건으로 쪼그라든다. 결국, 18건으로 강남 4구 아파트의 평균 하락 금액을 산출한 것이다.

이 18건의 거래에는 직거래도 4건 포함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직거래를 대부분 가족, 친인척, 지인 등 특수관계자 간 증여성 거래인 것으로 본다. 이전 거래 가격보다 낮게 매매되면서 매물이 시장에 나오진 않기 때문이다. 이들 직거래 가운데 강동구 성내동 e편한세상 3차 전용 84㎡는 9억5000만원이던 직전 거래보다 2억3800만원 저렴한 7억1200만원에 손바뀜됐다. 현재 동일평형 호가는 10억원대에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1
고준석 교수는 "현재는 수급이 아닌 규제 때문에 거래가 급감한 상황이기에 거래가 활성화되면 집값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 상황에서 대세 하락을 주장하기 위해 무리한 통계를 내면 과잉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대출 규제 등 인위적으로 매매를 억제해 줄인 가운데, 단기간 극소수 하락 거래 매물을 근거로 시장 전반을 파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