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시아 제국·옛소련 영광 부활' 꿈꾸는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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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달러 국방력 강화에 집중 투자…경제부문 소련 복원도 추진
유럽 안보지형 근본적 개편 시도…2024년 5기 집권 노림수일 수도"현대 러시아는 소련이 붕괴하고 자산의 상당 부분을 잃은 후에도 가장 강력한 세계 핵강국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으며, 게다가 여러 첨단 무기들에선 일정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새벽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국영방송을 통해 장문의 대국민 연설을 하면서 이처럼 러시아의 군사력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직접 공격은 모든 잠재적 침략자들에게 괴멸과 가공할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데 추호의 의심도 있을 수 없다"는 경고도 했다.
러시아를 공격하는 서방에 핵전력까지도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현대판 차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오만해 보일 정도의 어투와 몸짓으로 연설을 이어간 푸틴 대통령은 서방에 대한 반감도 거침없이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1990년대부터 지속해서 러시아의 발전을 저지하려 시도했고, 최근까지도 러시아의 전통적 가치를 파괴하고 '가짜 가치'(서방식 민주주의)를 강요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990년대에 독일 통일 과정에서 러시아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뒤에도 확장을 계속해 러시아를 속였다면서, 미국과 그들이 만든 동맹은 '거짓의 제국'이라고 맹비난했다.미국 및 그 동맹국들을 상대로 유럽 안보 확보와 나토 비확산에 대해 합의해 보려 했던 지난해 12월까지의 노력은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상황을 상기시키며 "러시아는 1940년대 초 잠재적 침략자를 도발하지 않으려는 시도에서 나치 독일의 공격에 준비돼 있지 못했던 소련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그는 그동안에도 소련 붕괴 이후 허약해진 러시아를 서방이 부당하게 대우하고 무시했다는 불만을 지속해서 제기해 왔다.
소련 붕괴가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라는 말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줄곧 멸시받고 억압받는 러시아를 일으켜 세워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떨치던 옛 러시아 제국과 소련의 영화를 되살리겠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이를 위해 석유·가스 자원 판매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달러 수입을 우선적으로 무너진 국방력 강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미국과 서방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전략잠수함 등을 꾸준히 개량하고, 미국에 앞서는 극초음속미사일 등 첨단무기 개발에 열을 올렸다.
군대의 낙후한 소련 시절 무기들을 새로 개발한 현대적 무기들로 대거 교체했다.
또 이렇게 키운 '군사 근육'을 2008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와 전쟁과 2015년 시리아 내전 개입 등을 통해 실전에서 검증하고 과시했다.
이와 함께 경제적으로는 자원 의존적인 자국 경제구조 다변화를 꾀하는 한편, 카자흐스탄·벨라루스·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 등 옛 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을 끌어들여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을 창설, 확대를 시도하면서 경제 부문 소련 부활을 지향했다.
국내 정치에선 자신의 권위주의적 통치와 대외 강경 노선에 이의를 제기하는 야권 인사들과 친서방 세력, 독립언론인 등을 탄압하고 투옥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잠재웠다.
동시에 관영·국영 언론을 통해 자신의 정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지지 여론 조성에 나섰다.
상당수 러시아인은 괄시받던 러시아 부활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푸틴의 정책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조기 사임에 이어 지난 2000년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현재 4기 집권 중이다.
하지만 2020년 개헌을 통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장기 집권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는 5기 집권을 위한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지금 대외 초강경 노선을 밀어붙이는 것도 2024년 대선에 앞서 높아진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을 국민들에 각인시켜 무난하게 5기 집권을 성공시키겠다는 계산 때문일 수 있다.
아니면 적어도 자신이 크렘린궁을 떠나기 전 서방이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러시아의 국제적 입지를 굳혀놓고 물러나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격 침공으로 '베팅'의 수위를 한껏 높인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이 나라를 지원하는 서방을 상대로 안전보장 협상을 다시시도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와 러시아 인근으로의 나토 공격 무기 배치 금지, 유럽 내 나토 군사 인프라의 1997년 이전 수준 복귀 등이 러시아 요구의 핵심이다.
1997년은 러시아와 나토 간 관계 개선 합의를 담은 기본협정이 체결된 해다.
한마디로 러시아에 접경한 우크라이나는 아예 나토에 가입하지 말고, 이미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루마니아 등과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의 중·동부 유럽에선 나토군 자산을 모두 빼라는 것이다.
푸틴은 이를 통해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수세에 있던 유럽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계산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요구는 아직은 서방이 절대 들어줄 수 없다고 버티는 사항들이다.하지만 결의를 넘어 이미 핵전쟁도 불사할 것 같은 '광기'에 가까운 푸틴 대통령의 태도를 볼 때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으로 러시아의 양보를 기대하기는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연합뉴스
유럽 안보지형 근본적 개편 시도…2024년 5기 집권 노림수일 수도"현대 러시아는 소련이 붕괴하고 자산의 상당 부분을 잃은 후에도 가장 강력한 세계 핵강국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으며, 게다가 여러 첨단 무기들에선 일정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새벽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국영방송을 통해 장문의 대국민 연설을 하면서 이처럼 러시아의 군사력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직접 공격은 모든 잠재적 침략자들에게 괴멸과 가공할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데 추호의 의심도 있을 수 없다"는 경고도 했다.
러시아를 공격하는 서방에 핵전력까지도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현대판 차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오만해 보일 정도의 어투와 몸짓으로 연설을 이어간 푸틴 대통령은 서방에 대한 반감도 거침없이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1990년대부터 지속해서 러시아의 발전을 저지하려 시도했고, 최근까지도 러시아의 전통적 가치를 파괴하고 '가짜 가치'(서방식 민주주의)를 강요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990년대에 독일 통일 과정에서 러시아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뒤에도 확장을 계속해 러시아를 속였다면서, 미국과 그들이 만든 동맹은 '거짓의 제국'이라고 맹비난했다.미국 및 그 동맹국들을 상대로 유럽 안보 확보와 나토 비확산에 대해 합의해 보려 했던 지난해 12월까지의 노력은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상황을 상기시키며 "러시아는 1940년대 초 잠재적 침략자를 도발하지 않으려는 시도에서 나치 독일의 공격에 준비돼 있지 못했던 소련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그는 그동안에도 소련 붕괴 이후 허약해진 러시아를 서방이 부당하게 대우하고 무시했다는 불만을 지속해서 제기해 왔다.
소련 붕괴가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라는 말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줄곧 멸시받고 억압받는 러시아를 일으켜 세워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떨치던 옛 러시아 제국과 소련의 영화를 되살리겠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이를 위해 석유·가스 자원 판매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달러 수입을 우선적으로 무너진 국방력 강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미국과 서방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전략잠수함 등을 꾸준히 개량하고, 미국에 앞서는 극초음속미사일 등 첨단무기 개발에 열을 올렸다.
군대의 낙후한 소련 시절 무기들을 새로 개발한 현대적 무기들로 대거 교체했다.
또 이렇게 키운 '군사 근육'을 2008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와 전쟁과 2015년 시리아 내전 개입 등을 통해 실전에서 검증하고 과시했다.
이와 함께 경제적으로는 자원 의존적인 자국 경제구조 다변화를 꾀하는 한편, 카자흐스탄·벨라루스·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 등 옛 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을 끌어들여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을 창설, 확대를 시도하면서 경제 부문 소련 부활을 지향했다.
국내 정치에선 자신의 권위주의적 통치와 대외 강경 노선에 이의를 제기하는 야권 인사들과 친서방 세력, 독립언론인 등을 탄압하고 투옥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잠재웠다.
동시에 관영·국영 언론을 통해 자신의 정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지지 여론 조성에 나섰다.
상당수 러시아인은 괄시받던 러시아 부활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푸틴의 정책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조기 사임에 이어 지난 2000년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현재 4기 집권 중이다.
하지만 2020년 개헌을 통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장기 집권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는 5기 집권을 위한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지금 대외 초강경 노선을 밀어붙이는 것도 2024년 대선에 앞서 높아진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을 국민들에 각인시켜 무난하게 5기 집권을 성공시키겠다는 계산 때문일 수 있다.
아니면 적어도 자신이 크렘린궁을 떠나기 전 서방이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러시아의 국제적 입지를 굳혀놓고 물러나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격 침공으로 '베팅'의 수위를 한껏 높인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이 나라를 지원하는 서방을 상대로 안전보장 협상을 다시시도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와 러시아 인근으로의 나토 공격 무기 배치 금지, 유럽 내 나토 군사 인프라의 1997년 이전 수준 복귀 등이 러시아 요구의 핵심이다.
1997년은 러시아와 나토 간 관계 개선 합의를 담은 기본협정이 체결된 해다.
한마디로 러시아에 접경한 우크라이나는 아예 나토에 가입하지 말고, 이미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루마니아 등과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의 중·동부 유럽에선 나토군 자산을 모두 빼라는 것이다.
푸틴은 이를 통해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수세에 있던 유럽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계산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요구는 아직은 서방이 절대 들어줄 수 없다고 버티는 사항들이다.하지만 결의를 넘어 이미 핵전쟁도 불사할 것 같은 '광기'에 가까운 푸틴 대통령의 태도를 볼 때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으로 러시아의 양보를 기대하기는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