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가족중 미접종자도 격리 안해…의료계 "숨은 감염자 키울 것"

중대본, 2년 만에 '밀접접촉자 자가격리' 사실상 폐지

코로나 증상땐 스스로 보건소 보고
PCR 검사도 '권고사항'으로 바뀌어
식당·카페 방역패스 중단엔 선긋기

정부 "확진자 25만명 안팎 정점"
전문가 "30만명 찍을것" 이견
< 병상부족 대비 … 긴급모듈병원 연습 > 25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서울캠퍼스 화정체육관에서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준비 긴급모듈병원 운영 세미나 참석자들이 국제 구호단체 사마리안퍼스가 설치한 감염병 모듈병원을 둘러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다음달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미접종자의 경우 가족 중 확진자가 나와도 격리 없이 출근·등교 등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격리해제 전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유전자증폭(PCR) 검사도 ‘권고사항’으로 바뀐다.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약 2년간 시행했던 ‘밀접접촉자 자가격리’ 제도 자체가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숨은 감염자’를 양산해 유행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생·교직원은 3월 14일부터 적용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25일 브리핑에서 “3월 1일부터 확진자의 동거인은 예방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격리 의무가 면제되고, 10일간 수동감시 대상으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가족 중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접종완료자(2차 접종 후 14~90일이 지났거나 3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만 격리가 면제된다. 정부는 다음달부터는 백신을 한 번도 안 맞은 미접종자나 2차 접종 후 90일이 지난 사람 역시 모두 격리하지 않고 수동감시로 관리하기로 했다. 수동감시 대상자는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면 스스로 보건소에 보고하면 된다. 사실상 ‘셀프관리’인 셈이다.

PCR 검사도 의무가 아니라 권고사항으로 바뀐다. 현재는 확진자의 동거인으로 분류되면 1일차와 격리 해제 전 PCR 검사를 두 번 받아야 한다.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확진자의 검체채취일로부터 3일 이내 PCR 검사, 7일차에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키트도 가능)를 받는 것으로 바뀐다. 검사는 의무가 아니라 자율적 준수 사항이다. 검사를 안 받아도 과태료 부과 등 처벌받지 않는다.정부가 격리 지침을 느슨하게 바꾼 건 현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 통제관은 “확진자가 17만 명대로 급증하면서 보건소의 확진자 당일 처리가 어려운 상태”라며 “확진자 이외의 대상자 관리에 행정력이 투입되는 것을 덜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새로 바뀐 조치는 다음달 1일 이전에 자가격리를 하게 된 미접종 동거인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단 학생과 교직원은 새학기 등교 상황 등을 감안해 3월 14일부터 지침이 적용된다.

정부 “25만 명 정점”, 전문가 “30만 명”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숨은 감염자’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 간 감염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확진자와 밀접 접촉하는 동거인이 검사도, 격리도 제대로 받지 않으면 지역사회의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확진자 동거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비율은 30% 후반에서 40%대로 추정된다.숨은 감염자가 많아지면 유행 전파가 빨라지고, 정점의 규모도 커진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미크론의 정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3월 중순 25만 명 내외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정은옥 건국대 수학과 교수팀은 감염 재생산지수가 1.67일 경우 신규 확진자는 1주일 뒤 21만여 명, 2주 뒤 33만여 명에 달할 것이란 분석 결과를 내놨다.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와 함께 연구하는 심은하 숭실대 수학과 교수팀도 다음달 2일 하루 확진자가 32만 명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동거인의 격리 면제로 인해 추가 전파되는 건 불가피하다”며 “대신 주의사항, 행동 수칙 등을 정확하게 안내해 숨은 감염자를 조금이라도 줄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자가격리는 없애고, 방역패스는 유지?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제도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진다. 정부는 그동안 ‘미접종자 보호’라는 이유로 미접종자의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제한하고, 격리면제 혜택도 제외해왔다. 그런데 이 중 격리면제 제외가 이번 조치를 통해 없어지면서 ‘방역패스만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통제관은 이에 대해 “가장 위험도가 높은 곳이 식당·카페이기 때문에 60세 미만 식당·카페 방역패스를 전국적으로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정부는 이날 병원 내 의료진 감염 증가에 따라 병원 업무연속성계획(BCP) 지침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위험도가 가장 높은 3단계(위기)일 때 확진 판정을 받은 의료인은 접종을 완료(3차 접종 후 14일 경과)했다면 검체채취일로부터 3일만 격리된 후 근무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의료인도 확진자와 접촉했을 경우 무증상이면 신속항원검사를 하지 않고도 일할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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