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주사·미래硏…서울 대신 포항에 둔다

정치권·지역여론 압박에 '백기'
경제계 "기업 소재지까지 개입"
포스코그룹이 새롭게 설립하는 지주사와 미래기술 연구개발(R&D) 조직을 경북 포항에 두기로 했다. 정치권과 지역 여론의 반발에 밀려 포스코가 결국 ‘백기’를 든 모양새다.

포스코는 25일 신설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및 산하 미래기술연구원을 포항에 두기로 포항시와 전격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서울에 설치하려고 했던 두 조직의 본점을 포항에 설립하고, 연구조직인 미래기술연구원은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서울과 포항에 두는 등 이원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어 지주사 체제 전환을 결정한 이후 포항시 및 정치권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지주사의 서울 설립으로 인해 포항에서 인력 및 세수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포스코그룹은 그간 지주사 이전으로 인한 포항에서의 인력 유출이 거의 없음을 강조해왔다. 포스코홀딩스로 소속을 옮기는 인력은 200여 명이다. 이들은 기존에도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어 소속만 지주사로 바뀌는 셈이다.

미래기술연구원에 대해선 국내외 우수한 과학자 영입을 위해 서울에 둘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연구원은 포항에 있는 포스코 기술연구원과 별개로 포스코그룹이 새로 만든 조직이다. 철강 관련 연구에 초점을 맞춘 기술연구원과 달리 인공지능(AI), 2차전지 소재, 수소 등 미래기술 연구에 특화한 조직이다.공전을 거듭하던 양측의 논의는 최근 대선 유력 주자들이 포스코 지주사의 서울 설립을 반대하면서 급격히 포항시 측으로 넘어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포스코 지주회사는 포항에’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달 27일 “국민 기업 포스코가 지주회사를 서울에 설치하는 것은 지방 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것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 안건은 지난달 28일 참석 주주 89%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해당 안건에는 신설 지주사 소재지를 서울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본점을 포항으로 이전하기 위해선 다시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포스코그룹은 이사회 및 주주 설득을 거쳐 내년 3월까지 지주사의 포항 이전을 추진할 방침이다.

포스코 측은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입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포항시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지역상생협력 및 투자사업도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