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바이든, 강도 높은 제재로 러 목죄기…"푸틴이 전쟁 선택"(종합)

실기하면 '응징'도 못하는 무기력 상황 위기감…"묵인시 한층 가혹한 결과"
러 2대 은행 등 핵심 금융기관 90여곳 제재 영향권…달러거래 사실상 불가
벨라루스도 제재 대상…바이든, 약화된 기반·'개입' 부정적 여론이 제약요소
"이 전쟁은 푸틴이 선택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대응해 한층 강도 높은 제재의 칼을 꺼내 들었다.

앞서 밝힌 단계적 제재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전면전을 선택하며 사실상 외교의 문을 걸어잠근 마당에 더 주저할 경우 국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교란하는 행위에 대한 '저지'는 물론이고 '응징'조차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 처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따른 결단으로 보인다. 그는 연설에서 "러시아의 침공은 묵인될 수 없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미국이 당면할 결과가 한층 가혹할 것"이라고 현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군대를 집결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기 시작한 초기 단계부터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와 비교할 수 없는 가혹한 제재에 나설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향해 누차 경고를 보내 왔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외교적 해법의 여지를 남겨놓았으나 열매를 맺지 못했다. 오히려 러시아의 침공을 예상하고도 최종 저지에는 실패했다는 비판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저녁 러시아가 동·남·북 세 방향에서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기 시작한 직후부터 안보팀과 대책을 숙의하고 주요7개국(G7) 정상들과의 화상 회담을 거쳐 이번 제재안을 내놓았다.

한층 범위가 넓어진 이번 제재는 러시아의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와 함께 항공우주를 비롯한 산업 전반에 직접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수출 통제 등이 골자다. 푸틴 대통령 측근을 비롯해 러시아 지도층 인사에 대한 추가 제재도 포함됐다.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제재로 러시아에서 가장 큰 스베르방크와 VTB 등 두 은행을 포함한 90여개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 시스템을 통해 거래할 수 없게 된다.

러시아 금융 기관들은 전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460억달러(한화 약 55조4천70억원) 규모의 외환 거래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80%가 미국 달러로 이뤄진다는 게 재무부의 설명이다.
자산 기준 러시아 전체 은행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들 두 은행에 대한 제재로 이 같은 거래가 대부분 불가능해졌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러시아 3위 금융기관이자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회사인 가즈프롬과 긴밀한 연관관계에 있는 가즈프롬방크를 비롯해 7위 은행인 오트크리티예, 민영 금융기관으로는 세번째 규모인 소브콤방크, 러시아 국방 관련 핵심 금융 기관인 노비콤방크 등도 핵심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오트크리티예와 소브콤방크, 노비콤방크 등 3개 금융기관의 자산을 합치면 800억달러(96조3천600억원)에 달해 제재에 따른 후폭풍 효과 역시 상당할 전망이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들의 독립을 인정하고 해당 지역에 군대를 보낸 직후인 22일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VEB와 방산지원특수은행인 PSB 2곳, 그리고 이들의 자회사 42곳을 제재 대상에 올리고 미국 내 자산 동결 및 미국 기업과 거래를 정지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 및 정부 핵심 인사와 그들의 성인 자제들 역시 추가로 제재의 철퇴를 맞았다.

세르게이 보리소비치 이바노프 러시아 연방 대통령 환경보호교통 전권 특별대표와 그 아들, 니콜라이 플라토노비치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 및 그 아들, 러시아 반(半)국영 통합 에너지 회사인 로스네프트 최고경영자인 이고르 이바노비치 세친과 그 아들 등이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재무부는 또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24개 벨라루스 금융 기관 및 개인에 대한 제재도 함께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화된 정치적 지지 기반에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꺼리는 미국 내 정서를 고려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행동 반경에는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부터 17일 진행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러시아 정책 지지율은 36%에 불과했다.

55%는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비교적 최근인 18~21일 AP와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조사에서도 미국이 이번 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CBS 뉴스의 이달초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3%는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미국은 떨어져야 한다고 답했다. CNN은 통치기반을 굳힐 수도, 무너뜨릴 수도 있는 복합적 시점에 바이든 대통령이 당도했다면서 모든 시선이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