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택한 푸틴 침략자"…바이든, 러시아 수출통제·제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반도체 등 하이테크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고 러시아의 4개 주요 은행을 제재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포괄적인 제재 방안을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러시아의 행동에 책임을 묻고 철군을 압박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강력한 제재 방안을 추가로 발표했다.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의 경제 및 국제 경쟁력에 치명타를 주기 위해 첨단 제품 및 부품에 대한 수출 통제와, 러시아 대형 은행의 대외거래 차단과 같은 제재내용을 구체화해 밝혔다. 이는 러시아군에 대한 자금 조달을 차단하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조치로 인해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달러와 유로, 파운드, 엔화를 통한 사업 능력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에 27개 유럽연합(EU) 및 주요 7개국(G7) 회원국들이 동참할 것이라면서 러시아에는 장기적인 영향을 최대화하고, 유럽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경제에 즉각적인 영향은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 덧붙였다.이날 제재는 러시아가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자칭 공화국 두 곳의 독립을 승인하고 러시아군 파병을 명령해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선언한 이후 바이든 정부가 사흘 연속으로 내놓은 것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2일 러시아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과 방위산업 지원 특수은행 PSB 및 42개 자회사들이 서방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게 막고 이들에 대한 해외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를 내놨다.

전날엔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2' 건설 주관사 '노르트 스트림-2 AG'와 그 기업 임원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노르트 스트림-2 AG는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이 지분 100%를 보유한 스위스 소재 기업이다.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2대 민간은행을 비롯해 4개 주요 은행들을 제재하기로 해 이들 은행들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금융기관과 거래를 못하게 하고, 이들 은행들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했다.

다만 이날 발표한 제재에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제재는 포함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후 관련 질문이 나오자 "그들(러시아) 은행에 제의한 제재가 같은 결과"라며 "어쩌면 스위프트보다 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직접 제재도 이날 조치에서는 빠졌다. 취재진에게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는 엄포가 아니다. 테이블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당장 푸틴 대통령을 제재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말에는 따로 답하지 않았다.유럽 추가 파병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응 일환으로 추가 미국 병력을 독일에 배치하도록 허가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나토는 이날 토드 월터스 연합군 최고사령관에 방위 태세 활성화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바이든 대통령 연설 직후 자국 병력 7000명 유럽 배치를 명령한 상황이다. 향후 며칠 이내에 이들 병력 실제 배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필요시 추가 파병에 관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할 준비가 됐다는 입장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만약 러시아가 우리 기업과 핵심 인프라에 사이버 공격을 가한다면 대응할 준비가 됐다"라며 지난 몇 달 동안 민간 분야와 사이버 방위 및 공격 대응에 관해 협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로 인한 유가 상승 우려를 두고는 "에너지 공급을 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했다. 이어 "더 많은 에너지 소비국의 전략비축유 공동 방출을 증대하기 위해 세계 전역 국가와 활발하게 협력해 왔다"라며 "미국은 조건에 따라 추가 배럴을 방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을 하면 미국 역시 그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우리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외교를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푸틴은 국제무대에서 왕따로 남을 것"이라면서 "그의 선택은 러시아를 더 약하게 만들고 나머지 세계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또 푸틴 대통령 대한 직접 제재 방안도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다. 그는 "푸틴은 침략자다. 그는 전쟁을 택했다. 이제 그와 그의 나라가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짊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뒤 현재로선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