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재판 검사는 왜 재판부를 기피하는가 [오현아의 법정설명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재판이 계속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유는 재판부와 검찰 간의 갈등 때문입니다. 검찰이 현 재판부에게 판단받고 싶지 않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며 공판이 연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2일 조 전 장관 부부 1심 재판부에 대한 기피 신청을 다시 신청(즉시항고)했습니다. 법원이 지난 17일 한 차례 재판부 기피를 받아들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기피신청을 한 것입니다.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한 번 판단을 내놓을 때까지 조 전 장관의 재판은 열리지 않습니다.

○법정서 檢 “재판부, 편파적 결론 냈다” 반발

“검찰은 적법하게 절차를 지켰고 실체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한 편파적인 결론을 내고 재판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검사는 재판부에 대해 기피 신청을 하겠습니다”

검찰이 재판부를 향해 반발의 목소리를 낸 건 지난 1월 14일 조 전 장관 부부의 1심 공판 중에서입니다. 갈등의 핵심은 동양대 PC 등의 증거 인정 여부였습니다.

지난해 열린 공판에서 조 전 장관 측의 변호인은 “동양대 PC는 정경심 교수의 소유인데, 동양대 직원들이 임의제출해 적법 증거가 아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또한 같은 이유로 자산관리사 김경록이 제출한 하드디스크 역시 채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경심 전 교수 / 사진=한경DB
검찰은 "동양대 PC 소유자를 정경심으로 볼 수 없다"며 정경심 측 변호인과 강하게 맞붙었습니다. 법정 안에서 오고 간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검사: 정 교수는 관련 재판에서 강사휴게실 PC에 대해 본인이 사용한 것이 아니며, 그 안에 있는 표창장도 자신이 만든게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정경심의 PC소유권은 이때도 이미 포기된 것입니다. (중략) 또한 김경록이 제출한 하드디스크는 제3자가 임의제출한 것이 아니라 증거 은닉 사건의 피의자인 김경록이 직접 제출한 것입니다.

정 교수 변호인: 임의제출을 받을 당시 정경심 교수에게 연락해 본인 PC가 맞는지 확인했다고 했지만, 이는 (사용한 지) 오래돼 기억을 못했던 것 뿐입니다. 적법성을 그걸로 가져다 붙이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는 피의자의 참여권 등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적법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들어 증거를 채택하지 않습니다.

즉 동양대 PC 등을 정경심의 소유로 판단한 것이죠. 이 증거들은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들인 만큼, 검찰이 해당 증거 없이 유죄를 입증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검찰은 이 때문에 재판부 교체를 지속적으로 신청하고 있습니다.

○재판부 유지 가능성↑… 증거 능력 재검토될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 사진=DB
이에 대해 법원은 지난 17일 기피신청을 기각합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권성수·박정제·박사랑 부장판사)는 “강사휴게실 PC 및 주거지 하드디스크 등의 임의제출 경위 등에 대해 의견이 오고갔기 때문에, 최소한의 실질적인 심리도 진해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며 “전원합의체 판결은 임의제출에 따른 전자정보 압수 등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를 명시적으로 판시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기 때문에 법리에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단 검찰은 22일 서울고등법원에 다시 한 번 판단해 달라며 ‘즉시 항고’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즉시 항고가 받아들여진다면 재판부 교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재판부 기피 인용률은 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유지된다고 해도 증거를 인정받을 길은 열려있습니다. 우선 그 사이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지난달 27일 정 교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해당 PC가 3년 가까이 강사휴게실에 보관됐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피의자가 압수수색 또는 근접 시기까지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 또는 관리하면서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판결”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증거 불채택 이의신청’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비슷한 판례에 대한 해석을 한 것이 아니라, 같은 증거에 대한 판결을 내놓았기 때문에 재판부 역시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