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유엔연설 때 입은 재활용옷…'양심적 패션' 대세 됐다

폐플라스틱이 새 옷으로
'양심적 패션' 시장규모 10조 전망

스파오 2023년까지 100% 친환경 원단만 쓰기로
형지엘리트도 페트병 추출 소재 교복 내놔
그룹 BTS(방탄소년단)이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76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왼쪽부터 뷔, 슈가, 진, RM, 정국, 지민, 제이홉. /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해 유엔(UN) 연설에 나섰을 당시 대중의 눈은 BTS 멤버들이 입고 있는 옷에 쏠렸다. BTS 멤버 모두 정장을 입고 연단에 올랐는데 명품 브랜드가 아닌 재고 의류와 친환경 원단으로 만든 옷이었다. 연설에서 기후변화를 화두로 던진 만큼 걸맞은 의상을 선택한 것이었다.

BTS가 입은 정장은 국내 패션기업 코오롱FnC의 친환경 브랜드 '래코드' 제품이었다. 루이비통 앰배서더(홍보대사)이기도 한 BTS지만 래코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패션업계선 이 같은 '업사이클링'(재활용품을 활용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이나 '컨셔스 패션(양심적 패션)' 바람이 거세다. 업사이클링은 재활용 차원을 넘어 새로운 디자인과 활용도를 더해 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컨셔스 패션은 '의식 있는'이란 의미의 컨셔스(conscious)와 패션(fashion)의 합성어로, 소재 선정부터 제조 운송 보관 판매 재활용까지 환경을 고려해 옷을 만들고 소비하는 경향이다.

이같은 제품들은 당장 매출 증가에 큰 효과를 내는 건 아니지만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어 기업들이 관심을 쏟고 있다. '착한 소비' 트렌드와 함께 새롭고 희소성 있는 디자인을 찾는 수요와도 맞아떨어진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업체 LF가 국내 유통을 맡고 있는 영국 클래식 브랜드 '닥스'는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라인'을 내놨다. 친환경 제품 라인으로 지속가능한 패션 플랫폼 '어플릭시'와 협업했다. 2020년 선보인 어플릭시는 업사이클 방식으로 제품을 만드는 국내 최대 세컨드핸드(새 상품이 아닌 사용했던 옷이나 상품) 패션 플랫폼이다.닥스가 어플릭시와 함께 선보인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라인은 셔츠, 파자마, 가방 등 닥스의 재고 제품들을 직접 자르고 붙인 후 그래픽과 일러스트 디자인을 더해 완성했다. 총 10여 가지 아이템으로 구성됐다.
영국 클래식 브랜드 닥스가 내놓은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라인. /LF 제공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양심적 패션 시장 규모는 2019년 63억5000만달러(약 7조6100억원)에서 2023년 82억5000만달러(약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선 이미 에르메스와 나이키 등도 업사이클링 상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대표 패션업체들이 에코 제품 개발에 시동을 거는 이유다.

교복 브랜드 형지 엘리트도 환경 제품 출시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투명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를 사용한 교복 바지를 내놓고 있다. 기업 단체복도 사회적기업 우시산과 협업해 '반구대 암각화'를 모티브로 한 티셔츠를 출시한 데 이어 안전조끼와 맨투맨 티셔츠까지 선보였다. SPA(생산·유통·판매 일괄) 브랜드들도 친환경 브랜드 육성에 적극적이다.

패션기업 중 특히 SPA 브랜드는 환경오염 주범으로 큰 비난을 받곤 한다. 최신 스타일과 유행에 맞는 옷을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공급해주지만 소비자에게 옷은 쉽게 사서 입고 버리는 것이란 인식을 심어줬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이랜드 스파오는 지속가능 패션을 강화하기 위해 2023년까지 데님 라인 전체를 친환경 소재로 생산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스파오의 친환경 데님 상품 비중은 전체 데님 중 40% 수준으로 112개 스타일에 달한다. 올해 봄여름 시즌에 데님 상품의 60%, 2023년까지는 100%를 친환경 소재로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량으로는 대략 100만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세가 되면서 업사이클링을 시도하는 기업이 부쩍 늘었다. 특히 패션업계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에 촉각을 기울이며 친환경 마케팅에 적극 나서는 중"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