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불리…글로벌 기업들 '탈 미얀마' 러시

군부 쿠데타 이후 인권 악화
기업이미지 금가고, 군부 자금줄로 쓰일 우려
미얀마 군부의 폭력 사태가 이어지면서 현지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철수를 결정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것을 우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외신에 따르면 일본 맥주 기업 기린은 아시아 시장 대신 호주와 미국의 수제맥주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꿨다. 이같은 결정은 기린의 미얀마 시장 철수에 따른 것이다. 기린은 지난달 미얀마 사업 철수를 발표하면서 미얀마군 계열 기업인 미얀마이코노믹홀딩스(MEHL)와 합작으로 운영하던 현지 맥주 회사(미얀마 브루어리)의 지분을 올해 6월까지 정리하기로 했다. 제 삼자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는 기린의 주요 사업 거점 중 하나였다. 합작회사인 미얀마 브루어리는 현지 맥주 시장의 80%를 점유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수익성도 뛰어났다. 군부 쿠데타 이전에는 영업이익률이 43%에 달할 정도였다. 자국인 일본에서도 기린의 맥주사업 영업이익률은 10% 남짓이다.

기린이 이정도의 '캐시카우'를 버리는 이유는 ESG 경영에 있다. 군부 집권 이후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는 미얀마에서 사업을 지속하면 기업 이미지에 금이 가기 때문이다. 미얀마 내 사업이 군부 자금줄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사회 내에서도 미얀마 사업을 지속하는 것을 두고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린 측은 시장 철수를 발표하면서 "회사의 인권 정책과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기업들의 '탈 미얀마' 러시는 이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와 일본의 미쓰비시는 최근 미얀마에 있는 가스사업 지분을 매각했다. 미쓰비시는 미얀마에서 인프라 단지 개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도 발을 뺄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토탈에너지스와 셰브런도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는 국영 미얀마석유가스(MOGE)와의 합작사업을 중단했다. 호주 에너지업체 우드사이즈도 미얀마 철수를 발표했다. 미얀마 가스전에 투자한 포스코도 미얀마 리스크를 예의 주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은 사업 철수의 이유로 미얀마 내 인권 악화를 지목하고 있다. 토탈 측은 "지난해 2월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인권과 법치 측면에서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며 "회사가 미얀마에 충분히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