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

진실 프로젝트·이어달리기
▲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 = 한정현 지음.
우연한 사고로 기억 일부를 잃은 설영은 사라진 친구에게서 메일 한 통을 받는다. 그의 별명은 셜록. 둘은 빨치산 여성 생존자와 관련한 소논문에 공동 저자로 참여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임용 기회가 생긴 설영은 공동 저자인 셜록을 찾고자 일본에서 서울로 온다.

설영은 셜록의 담당 의사였던 연정과 함께 수수께끼 같은 메일의 단서를 추적한다. 스스로를 '왓슨'(탐정 셜록 홈스의 조수이자 기록자 이름)이라 부른 이들은 기억을 헤집고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과거부터 반복된 폭력의 구조를 찾아낸다.

설영과 연정이 현실에서 마주한 사람들은 빨치산 내 성폭력 피해자, 성소수자 등 국가 폭력, 젠더 폭력, 혐오범죄 피해자들이다.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한 '줄리아나 도쿄'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작가의 두 번째 장편으로 추리소설 형식을 빌렸다. 문학과지성사. 420쪽. 1만4천 원.
▲ 진실 프로젝트 = 클레어 풀리 지음. 홍한별 옮김.
79세 화가 줄리언은 아내가 떠난 뒤 실의에 빠져 세상과 관계를 끊고 지냈다.

어느 날 그는 노트에 '나는 외롭습니다'라는 고백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동네 한 카페에 두고 온다. 노트를 발견한 카페 주인 모니카는 누구에게 터놓은 적 없는 자신의 진실을 여기에 적어 근처 와인 바에 둔다.

자신에 관한 단 하나의 진실을 적은 노트는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며 완벽한 타인이었던 여섯 명의 삶을 연결하기 시작한다.

이들에게 새로운 인연과 기분 좋은 변화가 찾아오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작가의 두 번째 책이자 소설 데뷔작이다.

원고 상태로 2018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화제가 되며 빠르게 판권이 계약돼 세계 29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문학동네. 460쪽. 1만6천 원.
▲ 이어달리기 = 조우리 지음.
여성, 퀴어, 노동을 소재로 작품 세계를 선보여 온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서로를 이모와 조카라 부르는, 중년 레즈비언 성희와 일곱 여성의 이야기다.

성희는 이들의 성장 과정에 보탬이 되는 미션 편지를 보내며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삶의 동반자가 되어준다.

여성들은 편지 속 미션 수행을 통해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배우며 정서적 공동체를 이룬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성희는 여성들에게 장례식 준비를 맡기며 마지막 미션을 수행한 이들에게 유산을 나눠 준다.

일곱 편의 각기 다른 얘기를 담은 연작 소설이다. 한겨레출판사. 220쪽. 1만4천 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