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우크라인들 "한국전쟁처럼 처절…러시아 제재 나서달라"

주한러시아대사관 앞 300여명 운집…"나치 공격 이래 가장 끔찍"
푸틴·히틀러 합성한 '푸틀러' 사진도…"소극적인 한국에 실망"
"이순신이 포기하지 않은 것처럼 우크라이나도 조국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
한국에 사는 우크라이나인들과 이에 연대하는 한국인 300여 명이 27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한국의 지지를 호소했다.

대표 발언자로 나선 올라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1941년 나치 독일이 공격한 이래 키예프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러시아의 만행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더욱더 대담해지고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들이) 한국전쟁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렸던 것처럼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지금 처절한 투쟁을 하고 있다"며 "푸틴의 러시아는 남북 분단을 야기한 소련의 부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대한민국처럼 주변 강대국들의 수많은 침략을 이겨내며 국권을 지켜 왔다"며 "오늘날 선진국을 이룬 대한민국이 경제적 제재를 강화해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를 저지하는 데 힘을 보태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대한민국의 정부와 대통령 후보님들에게도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우크라이나인들은 우크라이나 국기와 함께 '푸틴 저지'(Stop Putin), '전쟁 중단'(Stop War)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우리 사람들을 죽이지 말아라", "러시아 테러리스트는 멈춰라" 등 구호를 외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진을 아돌프 히틀러 사진과 합성한 사진들과 이를 '푸틀러'(Putler)라고 명명한 피켓도 눈에 띄었다. 올렉시(29) 씨는 "한국이 내 두 번째 나라라고 생각할 정도로 사랑하며 8년 동안 살았는데 (소극적인 태도에) 굉장히 실망했다"며 "한국엔 단순히 경제적 손실이겠지만 우리에겐 가족과 친구, 나라를 잃는 문제다.

아주 화나고 씁쓸하고 슬프다"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국인과 결혼해 귀화했다는 박하나(36·크리스티나) 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가족들과 아직 연락은 되지만 돈을 보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여기 사람들은 모두 우리나라 자유를 위해 나온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