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아쉬워할 분"…故이어령 전 장관 빈소 조문 행렬

박범신 "선생의 책 읽고 충격받아 문학의 길로"…SNS도 추모 물결
지난 26일 별세한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는 27일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김부겸 국무총리와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빈소를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문화예술계와 학계 가릴 것 없이 두루 존경받는 고인의 위상을 보여주듯 관련 인사들도 잇따라 조문했다.

시인인 이근배 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과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을 비롯해 김홍신·박범신·유현종 소설가, 오탁번 시인, 문학평론가인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 등이 빈소를 찾았다. 박범신 작가는 "개발 이데올로기가 전 사회를 지배하고 있을 때, 인문학적 마인드로 세계를 폭넓게 봐야 한다고 가르쳐주신, 매우 소중한 역할을 하신 분이다.

우리 사회가 아쉬워해야 할 분"이라며 개인적인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이어령 선생이 쓰신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읽고 받은 충격이 문학의 길로 들어서는 소중한 실마리가 됐다"며 "내 장편 소설 '더러운 책상'에 그 책에 대한 추억이 자세히 나오는데, 문학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셨다. 선생과 같은 평창동에 살고 있어 편찮으실 때도 가끔 뵙고 안부를 여쭸는데…. 일방적으로 내가 흠모하던 분"이라고 말했다.

곽효환 번역원장은 "이어령 선생은 평생 청년에게 표상이 된 분"이라며 "청년 시절부터 걸어온 길을 보면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지적 모험을 감행한 분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후배가 선생을 존경하고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김부겸 총리, 문화예술계 단체 등이 보낸 조화로 가득 메워졌다.

앞서 전날에는 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조문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이 전 장관을 기리는 추모 메시지가 이어졌다.

투병 중이던 고인을 몇 차례 만났다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SNS에 "여러 성찰을 할 수 있었던 아주 각별한 경험이었다"며 "한 지식인의 마지막을 함께 하면서, 저도 제 삶의 마지막을 떠올려보았다.

학자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요? 선생님이 제게 주신 질문"이라고 애도했다.

고인의 장례는 5일간 문화체육관광부장으로 치러지며 영결식은 다음 달 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엄수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영결식 장소가 국립중앙도서관으로 결정된 것과 관련해 "문화부가 신설되면서 도서관 담당 부처가 당시 문교부(현 교육부)에서 문화부로 넘어오게 됐다"며 "고인은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서 도서관 정책에도 많은 기여를 하신 분"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