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에…광산기업 '통큰 배당'

영국 리오틴토, 배당금 20조원 책정
각국 친환경 기조에 지속될진 미지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이 급증한 광산기업들이 후한 배당 인심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광산기업 리오틴토가 영국 증시(FTSE)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이 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리오틴토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책정한 배당금은 총 123억파운드(약 20조원)로 영국 FTSE100 지수 구성 종목 중에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2014년 이동통신회사 보다폰이 미국 버라이즌과 세운 합작회사(버라이즌 와이어리스) 지분을 매각하면서 얻은 차익에 기반해 지급한 배당금(180억파운드)에 이은 기록이다. 리오틴토는 작년 상반기 배당을 이미 주주들에게 지급했고 이번에 하반기 배당으로 57억파운드를 추가했다.
리오틴토가 주주들에게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실적 덕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리오틴토를 비롯한 광산기업들이 수혜자로 떠올랐다. 리오틴토의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철광석 가격이 지난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으며 구리 가격도 고공행진했다. 리오틴토가 그동안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던 알루미늄 가격마저 상승세를 탔다. 그 결과 리오틴토의 지난해 이익은 전년보다 72% 급증했다.

리오틴토 경영진은 원자재 시장의 큰 변동성을 감안할 때 빚을 지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리오틴토가 배당으로 돌릴 수 있는 액수가 많아졌다. 리오틴토의 지분 약 15%를 갖고 있는 대주주인 중국 국유기업 중국알루미늄공사는 25억달러(약 3조원)의 배당금을 받게 됐다고 FT는 보도했다.

다른 광산기업들도 주주들에게 거액을 배당하겠다고 나섰다. 세계 최대 광산회사인 호주 BHP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배당금으로 76억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BHP 역사상 가장 큰 배당액 결정이다. 스위스 자원개발회사 글렌코어도 40억달러 규모의 배당 계획을 내놨다.하지만 올해도 광산기업들이 고배당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에 비하면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지 않은 데다 친환경 기조를 내건 각국 정부가 광산 개발 등을 제한할 가능성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