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vs 크림 '짝퉁 공방'…패션플랫폼 전반으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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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리셀 시장 주도권 다툼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리셀(되팔기) 플랫폼 네이버 크림 간의 ‘짝퉁(가품) 명품 티셔츠’ 공방이 결국 법정으로 갈 전망이다. 짝퉁 여부 판정을 의뢰받은 민간기관인 한국명품감정원이 ‘감정 불가’ 판단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양측은 가품 판정 근거를 공개하며 서로를 압박하는 등 날 선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다. 명품·리셀 사업의 성패가 걸려있는 만큼 장기전이 예고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가품 논란이 코로나19로 급성장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크림 "가품 티셔츠 판다" 공격
무신사 "공신력 없어" 반박
결국 법정싸움으로 격화
어느 쪽이든 물러서면 치명타
짝퉁 티셔츠 공방, 결국 법정으로…
이번 사건은 지난달 중순 한 소비자가 무신사 쇼핑몰에서 구입한 패션 브랜드 ‘피어오브갓’의 ‘에센셜’ 티셔츠를 네이버 크림에 되팔려고 검수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크림은 이 티셔츠에 짝퉁 판정을 내리고 앱에 공지한 뒤 라벨의 봉제 방식 등 정품과 짝퉁의 차이점을 공개했다. 무신사는 이후 모든 에센셜 제품의 판매를 중지하고 한국명품감정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지난 22일 나온 판정은 ‘감정 불가’였다. 한국명품감정원은 “비교할 수 있는 동일 제품마다 완성도 차이가 있어 확실히 감정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무신사는 감정원 판정이 나온 이날 오전 10시 해당 제품을 제외한 에센셜 제품의 판매를 재개했다. 이날 크림을 겨냥해 올린 공지사항에선 “중개업체의 자의적 기준에 따른 검수는 공신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에센셜 티셔츠는 생산·유통 과정에 따라 제품별로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크림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에센셜 티셔츠는 발매 시즌별로 내부 봉제 방식의 차이가 있으나 동일 시즌 내 라벨과 봉제 형태는 같다는 주장이었다. 크림 측은 “에센셜 제품 검수 건수만 8만 건이 넘고, 중국 중개 플랫폼 NICE, 일본 중개 플랫폼 ‘스니키 덩커’에도 의뢰해 가품 판정을 받았다”며 “무신사가 판매한 티셔츠는 가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무신사와 크림의 갈등은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명품 사업에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며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신사는 이미 크림 측에 “에센셜 티셔츠가 가품이라는 크림의 공지사항을 지우라”며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본격적인 법적 조치에 들어간 상태다.
명품·리셀 사업 겹치는 무신사와 크림
무신사와 크림의 갈등은 명품과 리셀 사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양사는 명품과 리셀 시장에서 각각 경쟁하고 있다. 2020년 3월 리셀 사업에 뛰어든 크림은 작년부터 롤렉스, 샤넬 등 명품을 판매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무신사는 2020년 6월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을 출시했다.코로나19 확산 이후 명품과 리셀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6% 성장한 1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명품을 되파는 리셀 시장은 2조원을 넘어섰다.이번 사건에 명품·리셀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는 만큼 양측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무신사가 ‘가품을 팔았다’며 물러서는 순간 명품 사업에 치명타가 되고, 마찬가지로 크림이 물러서는 순간 리셀 플랫폼의 진·가품 검증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므로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에서는 가품 논란이 온라인 플랫폼 전반으로 번질 것으로 보고 있다. 머스트잇과 트렌비, 발란 등 명품 온라인 플랫폼도 짝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패션 브랜드에서 상품을 직접 제공받지 않고 제3자가 제품을 들여오는 ‘병행수입’ 방법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