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단일화 희망의 끈 안놔" vs 安 "尹제안 고려할 가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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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安측이 최종 결렬 통보"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7일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공개적으로 치고받았다. 윤 후보는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협상 전권을 쥔 실무자들이 합의한 단일화 협상안을 (안 후보 측이) 특별한 이유 없이 결렬시켰다”며 무산 책임을 안 후보 측에 돌렸다. 안 후보는 전남 여수 유세 도중 기자들에게 “(윤 후보 측 입장이 과거와) 다를 바 없어 고려할 가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윤 후보가 “흉금 없는 대화를 기다린다”며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단일화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에선 “사전투표일(3월 4일) 전날까지는 단일화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며 “앞으로 4~5일 여론의 흐름이 협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진실한 마음으로 협상에 최선"
만남 요청한 문자내용까지 공개
安측 "신뢰 어려운 세력"
"여론조사 얘기 협상에 올렸는데
뜻대로 안되자 입맛 맞게 까발려"
책임공방 속 협상재개 가능성도
사전투표 전날이 마지노선
尹, 주말 협상 경과 직접 공개
윤 후보는 투표일을 열흘 앞둔 이날 그간 말을 아껴왔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에 대해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는 “진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안 후보 측으로부터 협상 결렬을 통보받았다”고 강조했다. 협상 전권을 위임받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선거대책본부장의 전날 협상에 대해서는 “단일화 협상에 대한 최종안에 합의하고 두 후보 만남을 위한 일정 조율만 남은 상황이었다”고 했다. 최종 합의안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국민의당과 함께 운영하는 내용을 포함해 공동정부 구성 방안이 담겼다고 국민의힘 측은 전했다. 윤 후보는 전날 밤 안 후보로부터 “완주 철회를 위한 명분을 조금 더 제공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양측이 이날 새벽 추가 협상을 벌였지만 오전 9시 최종적으로 결렬을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그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양당의 내밀한 협상 내용을 윤 후보가 공개한 것은 단일화에 대한 진정성을 알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 선거대책본부는 지난 20일간의 협상 내용 등을 담은 A4 용지 5장 분량의 협상 경과도 배포했다. 그러면서도 윤 후보는 “지금이라도 안 후보가 시간과 장소를 정해주신다면 언제든지 차를 돌려 직접 찾아뵙겠다”고 했다. 신 교수는 “단일화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본인은 한껏 낮췄다”며 “통상 피해자에게 우호적인 유권자들의 심리를 감안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안 후보 측 반응은 싸늘했다. 우선 이번 만남은 전권을 위임받고 한 협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태규 본부장은 “전권 협상 대리인이 아니라 선대본부장 차원에서 윤 후보 측의 진정성, 단일화 계획을 확인하고자 한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자 모든 것을 자신들의 변명과 입맛에 맞춰 일방적으로 까발렸다”고 비판했다.협상 내용을 둘러싸고도 양측 설명이 달랐다. 핵심 안건인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에 대해 윤 후보는 “대리인들 사이 협의 과정에 한 번도 나온 적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협상 테이블에 올렸는데 없었다고 하는 건 상대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비꼬았다.
협상 결렬 이유는 함구
이런 분위기에도 단일화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관측이 있다.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양측이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함구하는 상황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다.정치권은 사전투표일인 다음달 4일 이전 타결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 이후 단일화가 성사되면 무효표로 인해 단일화 시너지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투표 전날까지 (단일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며 더욱 적극적이다.협상이 길어지면서 양측 간 불신이 커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안 후보는 이날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하면 (단일화에) 여지가 있나’라는 질문에 “‘시한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고 답했다. 그동안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에 대해선 입장을 열어놨던 것과 다른 분위기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