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란 듯 탄도미사일 쏜 北…또 '도발' 규탄 안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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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8번째 미사일 발사북한이 27일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올 들어서만 여덟 번째다. 군에 탐지된 비행거리와 고도 등으로 봤을 때 5년 만에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발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한국 대선 국면 한복판에서 북한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협상력을 키우려 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선·우크라사태 속 '이슈화' 시도
NSC 긴급회의 "엄중한 유감" 밝혀
이 때문에 북한이 지난달 화성-12형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검수 사격’ 차원에서 북극성-2형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수 사격은 실전 배치를 앞둔 무기를 무작위로 골라 하는 시험발사를 뜻한다.
정부는 이번에도 ‘규탄’이나 ‘도발’이란 표현 없이 “엄중한 유감”이라고만 밝혔다. 정부는 오전에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진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세계와 지역과 한반도 평화 안정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통화하고 깊은 우려와 유감을 나타냈다.이날 미사일 발사는 우크라이나 사태 한복판, 그리고 대선을 열흘 앞두고 이뤄졌다. 북한은 과거에 주로 대선 직후나 한국의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도발했다. 한국 대선을 코앞에 두고 도발한 건 18대 대선이 있었던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18대 대선은 김정은 집권 후 치러진 첫 한국 대선으로, 당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로켓 ‘은하-3호’를 발사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외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해 우리 대선 와중에 북한 이슈를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와중에 북한이 무력 도발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26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의 합법적인 안전상 요구를 무시하고 세계 패권과 군사적 우위만 추구하면서 일방적인 제재 압박에만 매달려온 미국의 강권과 전횡에 그 근원이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도발을 일상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