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지지층 막판 총결집…부동층 10%가 승패 가른다

대선 D-9…예측불허 초접전

여론조사 '의견 유보·모름' 5~10%
安·沈 지지자 절반 "바뀔 수 있다"

李 "정치개혁"…反尹연대 안간힘
尹 "정권교체"…反與표심에 호소
< 대선후보에 쏠린 눈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박빙 양상을 보이면서 여야의 ‘숨은 표’ 잡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27일 이 후보의 유세가 진행된 경기 고양시 장항동 일산문화공원에 유권자들이 모여 있는 모습.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선 여론조사에서 초박빙 접전을 벌이면서 여야가 ‘부동층 공략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가 유동적인 유권자와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제3지대’ 지지층 중 막판 ‘사표 방지’ 심리로 움직일 수 있는 표까지 합쳐 10% 안팎에 달하는 부동층이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정치개혁 연대’를, 윤 후보는 ‘정권교체 세력 결집’을 외치며 부동층 잡기에 총력전을 펴는 모습이다.

열흘도 안 남았는데 역대급 ‘안개 대선’

지난 24~26일 실시돼 27일 공개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이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에 따르면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은 39.8%로 같았다. 직전 조사보다 이 후보는 4.6%포인트, 윤 후보는 0.6%포인트 올랐다. 안 후보는 8.2%, 심 후보는 3.1%였다. 이 후보가 유세 때마다 “아주 미세한 승부가 될 것 같다. 한 표 차이로 결론 날 수도 있다”고 할 만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면이다. 국민의힘도 대외적으로는 “우리가 좀 앞서 있다”(권영세 총괄선거대책본부장)면서도 내부적으론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두 후보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아직까지 선택을 미루고 있는 부동층이 승부를 가를 ‘마지막 키’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의견 유보’ ‘모름’ 등으로 답변한 비율은 5~10%다. 이날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모름·무응답’은 5.0%, ‘지지 후보가 없다’고 답한 사람은 2.2%로, 합치면 7.2%로 집계됐다.

여기에 제3지대 후보들의 지지율이 실제 투표 때 어떻게 나올지도 변수다. 사표 방지 심리 때문에 안 후보나 심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유권자들도 실제 투표장에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부동층이 5~10% 정도 남아 있고,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는 답변도 많아 유동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 이날 조사에서 안 후보 지지자의 51.8%, 심 후보 지지자의 52.7%는 ‘의사를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이 후보(14.2%)나 윤 후보(14.7%) 지지층 중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한 비율보다 훨씬 높다. 여야 선거대책위는 부동층(7.2%)에 더해 제3지대 후보 지지자들의 일부 표심까지 합친 10%대 초반을 추가로 ‘움직일 수 있는 표’로 계산하고 있다.

‘부동층 10%’ 잡겠다는 여야

여야는 부동층 공략을 위해 상대 후보를 고립시키고 나머지 세력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다당제 보장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선거 제도 개혁은 안 후보와 심 후보 측이 줄곧 요구해온 내용으로 ‘반윤(反尹·반윤석열) 연대’를 통해 대선 승기를 잡으려는 계산이 깔렸다. 이 후보는 이날 경남 유세에서 “왜 둘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하냐”며 “저쪽이 싫어도 덜 싫은 이쪽을 선택하는 슬픔을 끝내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에게도 합류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친문(친문재인)’ 등 민주당 일부 세력과 이 후보 세력을 분리하는 ‘갈라치기’ 전략을 펴고 있다. 윤 후보는 전날 인천 유세에서 “민주당에도 훌륭한 분이 많은데, 이 후보의 세력들 때문에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양식 있는 정치인들과 멋진 협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여권 지지층이면서도 이 후보에겐 비협조적인 표심을 겨냥한 발언이다. 윤 후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은 ‘노무현·김대중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윤 후보가 이날 야권 단일화 협상 과정을 공개하면서 안 후보 압박에 나선 것도 안 후보 지지자 중 정권교체 표심을 가져오려는 여론전 목적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지층은 ‘결집 중’

여야의 전통적 지지층은 점점 결집하고 있다. 이날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각자의 텃밭에서 지지율이 오르면서 40%대를 돌파(이 40.2%, 윤 42.4%)했다. 3주 전 조사보다 이 후보는 4.5%포인트(35.7%→40.2%), 윤 후보는 5.8%포인트(36.6%→42.4%) 상승했다. 이 후보는 핵심 표밭인 광주·전라에서 11.5%포인트 오른 70.3%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윤 후보는 대구·경북(TK)에서 19.4%포인트를 더 얻었다. 대선 판세를 좌우할 서울(이재명 39.2%, 윤석열 41.1%)과 경기·인천(이재명 44.1%, 윤석열 40.8%) 등 수도권은 팽팽했다.

정치 성향별로 봐도 보수층의 윤석열 지지는 직전 조사에선 65.3%였지만 이번엔 69.4%로 상승했다. 진보층에서의 이재명 지지율도 61.6%에서 71.0%로 올랐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그동안 이 후보를 꺼렸던 민주당 지지층까지 최근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양측 모두 진영 결집이 이뤄진 모양새”라며 “역대 대선에서 선거일을 10일 남겨두고 이렇게 초박빙이었던 사례는 찾기 힘들다”고 했다. 야권 단일화 이슈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 오미크론 유행, 세대별 투표율 등이 최종 결과를 좌우할 남은 변수로 꼽힌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