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원전 충분히 활용" 발언 하루 前 … 정부 연구기관 "저탄소 정책, 일자리 줄인다"

정책 백브리핑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을 불과 12일 앞둔 지난달 25일 "향후 60여년간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해 개최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회의'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문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알려지면서 야당은 물론 원전 관련 업계에서는 "집권 5년간 탈원전을 외쳐놓고 이제와서 입장을 바꾸느냐"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원전을 당장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줄여나가겠다는 정부의 일관된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라고 설명했지만, 대선을 코앞에 두고 탈원전 정책에 비판적인 중도층 여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어찌 됐건 임기말 대선을 앞두고 나온 대통령의 발언의 취지를 놓고 설왕설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요. 문 대통령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회의를 열기 하루 전 정부 산하 한 연구원에서는 저탄소 전환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대다수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지만, 급속한 저탄소 전환 정책을 펼치면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달 24일 '대전환 시대의 고용정책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날 행사는 고용정보원이 디지털 기술혁신과 저탄소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고용정책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고 고용안정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수행한 주요 연구를 발표하는 자리였다는 게 고용정보원의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고용정보원은 이날 발표내용은 연구진의 개인 견해라며 고용부와 고용정보원의 공식의견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무슨 내용이길래 연구자들의 사견임을 강조하며 정부 공식입장은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을까요. 박진희 고용정보원 인력수급전망팀장이 발표한 '디지털 기술혁신 및 저탄소 전환을 반영한 중장기 인력수요 전망(2020~2035)'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혁신이 급속히 진행될 경우, 취업자 수는 전망기간 동안 연평균 0.2%씩 총 80만7000명이 증가해 2035년엔 전체 취업자 수가 2771만1000명이 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디지털 기술혁신 주도 산업인 전기전자, 정보통신,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부문에서 취업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혁신과 더불어 저탄소 전환도 급속히 진행될 경우에는 같은 기간 취업자 증가폭은 연평균 0.16%로 총 66만4000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디지털 기술혁신만 추진될 경우와 비교하면 약 14만2000명의 취업자가 덜 늘어나는 셈입니다. 연구자는 이런 연구 결과에 대해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생산설비 폐기 및 전환 △신재생 에너지 생산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인한 투자 효율성 저하 등이 생산성 저하 및 잠재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요약하면 향후 2035년까지 일자리를 최대한 유지하고, 나아가 늘리려면 저탄소 전환 정책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임기말 대통령의 원전 관련 발언과 함께 저탄소 전환 정책이 일자리 증가에 부정적이라는 정부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