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러 천연가스 막히면 대책 없다"

英 이코노미스트 분석

"LNG로 대체 원하지만
인프라 부족…수입도 못늘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이 에너지원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소비량의 40%가량을 러시아산 수입에 의존하는 천연가스의 경우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려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LNG는 저장과 운송을 위해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을 냉각시켜 액화한 것이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 세계에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차단하면 이를 LNG로 대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은 에너지 소비의 25%를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유럽에서 쓰는 천연가스의 40%(2019년 기준)가량은 러시아산이다.이코노미스트는 “문제는 유럽이 얼마나 더 많은 LNG를 처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처리량이 한계치에 도달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통상 LNG는 해상 수송을 위해 액체 상태로 바꿨다가 해안가 터미널에서 액체를 ‘재가스화’하는 단계를 거친다.

에너지 정보업체 에너지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유럽은 지난해 전체 해상 터미널의 45%만 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유휴 상태다. 그마저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진 것이 아니다. 더 큰 압박은 LNG 최대 수출국인 미국 호주 카타르 등이 이미 전 세계에 LNG를 최대 물량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으로선 다른 국가로 향할 LNG 화물선을 유럽으로 돌려야 한다”며 “세계 각국의 ‘자비’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의 LNG 수입량이 2017년에서 2020년 사이에 82% 늘어나는 등 아시아 국가의 LNG 소비 증가세가 만만찮아 유럽이 추가 물량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세계 LNG 거래량의 70%는 10년 이상 장기 계약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주로 현물시장과 단기 계약 물량에 의존해온 유럽이 끼어들 틈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