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불은 처음"…합천서 넘어온 산불에 잠못드는 고령 주민들

뿌연 연기 하늘 뒤덮고 메케한 냄새…주민 "집이 불에 탈까 걱정"
방화선 구축…"야간에 민가로 불 못 내려오도록 저지하는데 중점"
"집이 불에 다 타버릴까 봐 걱정돼서 오늘 밤은 잠도 못 잡니다."28일 오후 8시께 경북 고령군 쌍림면 신촌리 마을. 경남 합천에서 발화해 경북지역으로 확산한 산불로 인해 뿌연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고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신촌리 마을 입구에는 소방차 등 화재 진압을 위해 투입된 차량으로 줄을 이었다.

화재 대책본부 옆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번지는 산불을 바라보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신촌리 토박이라는 전종근(70)씨는 "이 동네에서 태어난 이후로 40년 넘게 살았는데 이렇게 큰불은 처음 봤다"고 전했다.

그는 "바람이 계속 불고 불꽃이 날아다녀서 우리 집까지 탈까 봐 걱정이다"며 "오늘 밤에는 잠을 못 자고 상황을 지켜볼 거다"라고 걱정했다.

한 70대 주민은 취재진이 다가가자 "집이 괜찮은지 확인하러 가야 한다"며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인근 마을회관에는 먼저 대피한 주민 10여 명이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신촌리 마을 이장 전영균(60)씨는 "산하고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들만 우선은 다 대피한 상태"라며 "소방차들이 집 주변에 다 배치돼서 대치 중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동네 주민인데 지금은 외지에 나가 있는 사람들이 괜찮냐고 연락이 계속 오고 있다"고 말했다.
불이 번진 산 아래에 산다는 박금화(68)씨는 "6년 전에 대구에서 왔다 갔다 하려고 지어 놓은 집인데 다 타버릴까 봐 걱정이다"며 "가재도구도 다 새것인데 어떻게 하나"라고 토로했다.

주민 장복순(72)씨는 "연기가 몰려오길래 처음에는 구름이 낀 줄 알았다"며 "점점 더 심해지고 메케한 냄새가 나더니 불길이 보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씨는 "그러더니 소방관하고 경찰관들이 빨리 집에서 대피하라고 해서 짐도 하나 못 챙기고 맨몸으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소방 등 화재진압 인력들도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민가 근처까지 불이 빠르게 번지면서 현장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군 관계자는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대피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야간인 만큼 민가로 불이 못 내려오도록 저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불은 이날 오후 2시 8분께 합천군 율곡면 노양리 한 야산에서 시작됐다.

바람을 타고 불길이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경북 고령군 쌍림면 신촌리까지 번졌다.

소방청은 경북소방본부 요청에 따라 주변 시도의 소방력을 동원하는 '동원령 1호'를 발령한 상태다.산림 당국은 야간 풍속이 초당 2~3m로 낮을 것으로 보고, 추가 확산 방지에 집중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