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까지 닥친 합천 산불…헤드램프 의지해 갈퀴로 방화선

추위·어둠 속 야간 산불 진화작업…일부 주민 걸어서 대피
시뻘건 불길이 산등성이 너머로 치솟으며 어둠마저 삼켜버릴 듯 타올랐다.28일 오후 10시께 경남 합천군 율곡면 한 마을은 산불 진화에 나선 소방당국, 지방자치단체, 산림청 차량이 입구부터 수백m 줄지어 있었다.

마을은 합천 산불이 발화한 율곡 저수지 인근에 있다.

소방관, 공무원 등 산불 진화 인력들은 이곳에서 8시간가량 확산하는 산불과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불은 마을을 중심으로 산 능선과 계곡을 따라 U자형으로 옮겨붙은 상황이었다.

마을 전체가 치솟는 불길에 꼼짝없이 포위당했다.

대피령에 따라 마을 주민들은 휴대전화 조명이나 랜턴에 의지한 채 불길을 피해 마을회관, 경로당 등으로 몸을 피했다.다행히 저녁 들어 바람이 잦아들고 기압이 낮아지며 불길은 더는 크게 확산하지 않고 있었다.
진화대원들은 갈퀴와 헤드램프에 의지한 채 수㎞를 걸어 다니며 진화 작업을 했다.

이들은 산기슭과 비탈을 헤집어 없는 길을 만들어가며 활활 타오르는 불길로 다가가 방화선을 구축했다.불은 꺼야 하지만 불씨를 잡는 순간 주변이 까매져 자칫 사고 위험도 컸다.

한 합천군 공무원은 "어둡고 추운 환경에서 밤샘 진화작업을 해야 하지만 불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으려면 어쩔 수 없다"며 "멀리 타오르는 주불과 대비되는 어둠도 이제 익숙해져 괜찮다"고 말했다.

관계 당국은 안전에 방점을 둔 채 새벽까지 화재의 추가 확산 방지에 주력을 두고 동이 트는 대로 헬기 등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할 예정이다.
강명호 경남도 산림정책과장은 "8시간 넘은 진화작업에도 직원들이 몸을 돌보지 않고 불길을 잡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며 "야간진화가 끝나고 날이 밝으면 본격적으로 주불을 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