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JP모건 VS 모건스탠리, 엇갈리는 예측…골드만삭스는 중립

미국과 유럽은 지난 주말 사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크게 높였습니다. 러시아 은행 일부를 국제금융결제시스템(SWIFT)에서 배제하기로 했고 러시아 중앙은행의 600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 자산을 동결시키기로 했습니다. 또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러시아 투자를 회수하기로 했고, 민간에서도 BP, 셸 등이 러시아 자산을 정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국제축구협회(FIFA)와 유럽축구연맹(EEFA)는 모든 국제대회에서 러시아 참가를 막기로 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러시아 루블화가 한때 30% 이상 폭락했습니다. 이에 대응해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두 배 넘게 올렸습니다. 또 러시아 금융사에 러시아 자산 투매를 막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와 거래하지 말라고 명령했으며, 28일에 이어 1일에도 증권시장과 파생상품 시장 문을 닫기로 했습니다. 런던 증시에서 거래되는 러시아 최대은행 스베르방크는 주가는 70%, 러시아 최대 에너지 회사 가즈프롬의 주가는 50% 폭락했습니다.
크레딧스위스의 졸탄 포자르 금리 전략가는 서방이 SWIFT에서 러시아 은행을 배제하기로 한 데 대해 27일 보고서에서 "이런 제재는 은행 간 연쇄 지급 중단 등 전체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을 부르고 시장 유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때 나타난 예측할 수 없는 거래 중단과 유동성 부족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는 그래서 중앙은행이 다시 월요일 시장에 개입해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포자르 전략가는 뉴욕연방은행, 재무부 등에서 근무했던 유명한 분석가입니다. 이는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우려를 불렀습니다.
어젯밤 개장된 주요 지수선물 시장에서 한때 나스닥이 3%가량 폭락하는 등 우려가 컸습니다. 안전자산인 미 국채 가격이 급등하면서 10년물 금리는 1.8%대로 떨어졌습니다. 또 달러, 금값도 올랐습니다.

러시아의 보복 혹은 결제 어려움 등으로 인해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05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알루미늄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니켈도 3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군사충돌 격화와 에너지 제재에 대한 우려, 정전 가능성 등으로 단기 상품가격의 변동 폭이 극단적 추이를 보일 것”이라며 원유와 유럽의 천연가스, 알루미늄, 팔라듐, 니켈, 밀, 옥수수 등의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향후 한 달간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95달러에서 115달러로 높였고, 현재 온스당 1900달러 선인 금 가격도 2150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평화가 없다면 수요 파괴만이 원자재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유일한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에너지 수출 제재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석유를 배럴당 거의 100달러에 팔 수 있는 한 러시아 경제의 완전한 붕괴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서방은 매일 약 3억 5000만 달러어치의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고, 유럽은 가스에 3억 달러를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에너지 제재는 극적일 수 있지만 이런 가능성을 배제하는 건 현명하지 못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WSJ은 "2차 세계 대전의 고통을 떠올리게 하는 푸틴의 침략을 막을 수 있다면 경제적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는 유럽 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라면서 "일주일 전만 해도 러시아의 에너지를 제재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유럽연합(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EU 외교·안보대표인 호세프 보렐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후폭풍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야 한다"라고 밝혔고, 네덜란드의 부총리는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푸틴과 싸우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라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28일(아침)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커다란 혼란은 없었습니다. WSJ은 Fed가 만들어놓은 월가를 위한 상설레포창구(standing repo)와 해외 중앙은행 대상의 레포창구(FIMA repo)가 만들어져 있어 과거와 같은 유동성 위험은 적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채를 들고 가면 Fed가 바로 달러를 빌려주는 곳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상이 시작된 것도 긍정적이었습니다. 유가와 관련, 미국과 동맹국들이 국제에너지기구(IEA)를 중심으로 6000만 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논의하고 있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 이번 주 열리는 OPEC+ 회의에서 원유 추가 증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죠.

또 Fed가 다음 달 예상되는 금리 인상 등 긴축을 늦출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습니다. 국제 금융시장의 유동성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유동성을 줄이는 조치이니까요.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Fed가 3월에 25bp 인상을 아직 진행할 것으로 보지만, 실수가 될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모두가 국채와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을 살펴봐야 하며, Fed는 이 시장에서 보고 싶지 않은 유동성 문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주요 지수는 -0.8~-1.2% 수준의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11시께 상승세로 돌아서기도 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에서 간격이 컸다는 보도에 다시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다우는 0.49%, S&P500 지수는 0.24% 내렸습니다. 반면 나스닥은 0.41%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선전한 건 Fed의 긴축 행보가 약화할 것이란 기대 속에 금리가 떨어진 영향이 컸습니다. 10년물 수익률은 전날 1.984%에서 이날 1.836%까지 떨어졌습니다. 금리가 떨어지다 보니 금융주들은 모두 약세를 보였습니다. 러시아 관련 자산이 10억 달러가량 있다고 발표한 씨티그룹의 주가는 4.4%나 급락했습니다. JP모간도 4.2% 내렸습니다. 러시아 노출이 큰 유럽 은행주가 10% 안팎 폭락한 것에 비하면 낫지만, 미국 금융주도 전쟁 발발 이후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기 둔화 예상이 강해지고 있는 것도 하락의 한 이유입니다. 경기 둔화 우려는 펩시코 -2.76%, 켈로그 -1.78%, P&G -1.49% 등 소비재 관련 주식도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반면 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주는 크게 올랐고 누코, 프리포트맥모란 등 원자재 관련주도 대폭 상승했습니다. 이날 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는 5%가량 오른 배럴당 95달러, 브렌트유는 3% 상승한 101달러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혼란스럽고 방향성 없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황뿐 아니라 전황도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라보뱅크는 "전쟁이 푸틴의 생각대로 빨리 끝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는 시장에 또 다른 위험"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잘 싸우고 있는 건 다행이지만, 전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건 시장에 부정적이라는 것이죠.

이날 아침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를 보면 내용이 각각 엇갈립니다. JP모간은 좋은 측면을 들면서 주식 매수를 권하고 있습니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시장이 반등 모멘텀을 잃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작년 말까지 긍정적이던 골드만삭스는 올해 들어 점점 더 중립적 시각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JP모건 : 최악의 매도세는 이미 지났을 수 있다

JP모간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리서치 헤드는 러시아의 글로벌 영향에 대한 보고서에서 "제재가 한 달 전 극단적으로 가정했던 것보다 더 가혹하고 광범위하다. 심각한 경기 침체와 자본 통제로 향하고 있는 러시아 경제에 거의 확실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시장에는 우호적 측면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네 가지를 들었습니다.

① 경제적 영향 측면에서 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합산은 글로벌 GDP의 2% 미만이다.

② 미국 은행권의 러시아 익스포저가 1000억 달러 미만이다. 금융 위험이 전염될 위험은 제한적이다.

③ 이번 갈등과 관련된 위험 회피가 이미 정점을 지났을 수 있다. 시장은 알 수 없는 위험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정작 우려하던 일이 터지면 매수가 발생하는 패턴으로 이어진다. 러시아가 빠르게 승전할 가능성은 낮아졌으며, 이는 확전 가능성이 작음을 뜻한다.

④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성장을 방해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JP모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완만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을 조금 높였다. 하지만 약간의 희망이 있다. 먼저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은 제재를 받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또 이란 핵협상 타결에 따른 잠재적 공급 증가가 예상되며 전략 비축유 방출도 추진되고 있다. 이는 지난주 미국 주식이 상승 마감한 이유일 수 있다.

JP모건은 "오미크론 파동이 가라앉으면서 경제 성장이 강해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주식은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세계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격화되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은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지금 주식을 팔면 반등에서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군사적 충돌은, 특히 국지적일 경우 투자자 신뢰를 장기적으로 손상하는 경향은 없었고 결국 매수 기회로 이어졌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모건스탠리 : 3월 긴축과 함께 반등 끝

모건스탠리는 작년 말부터 '불과 얼음'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조정 폭이 길어질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불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Fed의 긴축을 뜻합니다. 그리고 얼음은 기업 이익 성장세의 둔화를 의미하고요. 즉 불과 얼음으로 인해 주가가 한동안 조정받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인데요.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그 시나리오를 다시 들고 나왔습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효과까지 더했죠.

그는 "시장 일부가 불(높은 물가+Fed 긴축)을 가격에 다 반영했다고 주장하지만, 모두 반영되지 않았고 Fed가 실제 긴축을 하면 주식 멀티플에 더 많은 부담을 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S&P500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작년 11월 21~22배 수준에서 현재 19.3배로 떨어졌지만, 모건스탠리가 추정하는 18배보다 여전히 7%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윌슨은 기업 이익 성장이 예상보다 더 느려질 것이라는 '얼음'이라는 시나리오와 관련, 이익 예측이 점점 더 위험에 처해 있다는 증거가 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4분기 기업들이 발표한 실적 가이던스를 보면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전망의 비율이 3.6배에 달해 글로벌 제조업이 경기 침체에 빠졌던 2016년 1분기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팬데믹 기간 이렇게 이 비율이 높은 적은 없었다. 월가의 향후 12개월 이익 전망도 빠르게 떨어지면서 마이너스에 접근하고 있다. 월가 컨센서스는 우리와 다르지만, 이는 우리가 옳다면 아직 가격이 책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윌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대부분의 지정학적 위기가 그렇듯 분석하기도, 가격을 책정하기도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침공은 단순히 금세 사라질 것 같지 않은 또 다른 위험을 불+얼음 혼합에 추가한다"라면서 "밸류에이션이 높게 유지되고 이익 감소 위험이 증가하는 세상에서, 3월에 Fed가 본격 긴축을 시작한다면 지난주 주식의 기술적 랠리는 모멘텀이 바닥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 : 인플레 우려 더 커졌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예상치를 더 높였습니다. 연말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전망치는 기존 3.1%에서 3.7%로 상향 조정하고 내년 말 PCE 물가는 기존 2.2%에서 2.4%로 높였습니다. 소비자물가(CPI) 기준으로는 올해 말 4.6%, 내년 말 2.9%로 내다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근원 물가에서 주거비 외에 서비스업 부분이 다음으로 뜨거워지는 부분이 될 수 있다"라며 "점점 더 기업이 가격과 임금을 더 자주, 공격적으로 인상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는 증거가 이런 방향을 가리킨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임금과 관련 두 가지가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첫째는 초기의 인플레이션 증가세가 길어져 임금-가격에 대한 인플레 기대를 높일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겁니다. 둘째, 매우 빡빡한 노동시장은 2% 물가 목표와 양립하기 힘든 수준으로 임금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 요인은 중간 수준의 임금 발 인플레이션 소용돌이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물가 우려가 커지면서 Fed는 올해 일곱 번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년에 추가로 네 번 더 올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원래 내년 세 번 더 올려 총 열 번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열 한 번 인상으로 바꾼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이는 인플레이션 경로는 Fed가 올해 남은 일곱 번의 FOMC 회의에서 연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걸 쉽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