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 비트코인은 비실

지난해 최고점의 절반 수준
‘디지털 금’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새로운 분산투자처로 주목받던 비트코인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핀테크업체 웨이브릿지에 따르면 국내 4대 암호화폐거래소의 비트코인 평균 가격은 올 1월 1일 5688만원에서 지난달 26일 4794만원으로 15% 넘게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지지자들로부터 디지털 금으로 불린다. 증시 등 다른 금융시장의 변동에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금과 비슷하게 가치저장 수단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업계는 비트코인을 화폐가치 하락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비트코인 시세는 지난해 11월 6만9000달러에 육박하는 역대 최고점에서 거의 반토막 났다. 금융권에서 비트코인의 디지털 금 지위가 합당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배경이다.

비트코인은 최근 세계 주식의 급락세와 동일한 방향성을 보였다. 비트코인과 S&P500지수의 상관관계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 속에 ‘진짜 금’이 비트코인보다 월등한 성적을 내고 있다. 금 현물값은 지난달 22일 트로이온스(31.1g)당 1913.89달러까지 올라 작년 6월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비트코인의 슬럼프를 지켜본 투자자들은 ‘크립토 윈터(암호화폐 시장의 혹한기)’가 또다시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에도 약세장이 계속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에 비해 80%까지 내려갔다. 다만 그때만큼의 폭락장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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