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GM 제치고…현대차그룹, 세계 4위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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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67만대 팔아…5% 증가지난해 현대자동차·기아가 그룹 기준 세계 4위 자동차업체로 올라섰다. ‘변방의 조그만 자동차 회사’가 2010년 글로벌 판매 5위에 자리 잡은 것만으로도 놀랍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한 단계 더 뛰어올랐다.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면 글로벌 ‘빅3’ 진입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美·유럽서 브랜드·기술력 인정받아
20여년 만에 10위서 '빅4' 대열에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666만8037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전년(635만1569대) 대비 5% 증가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의한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악재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당초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글로벌 5위 자리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스텔란티스와 제너럴모터스(GM) 등 경쟁자들이 워낙 막강했다. GM은 도요타, 폭스바겐, 르노닛산미쓰비시 등과 함께 오랫동안 ‘빅4’를 유지해왔다. 세계 8위 푸조시트로엥과 9위 피아트크라이슬러가 합병해 탄생한 스텔란티스 역시 두 회사의 판매량을 더하면 4~5위에 충분히 오를 정도였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지난해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판매 감소로 고전한 반면 현대차·기아만 증가했다. 스텔란티스(650만 대), GM(629만 대) 등 4위 자리를 놓고 다투던 경쟁자를 제쳤다.현대차·기아가 지난해 약진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반도체 공급난에 잘 대처하면서 공장 가동 중단 일수를 최소화했고, 탄탄한 내수 시장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핵심 시장에서 차량의 인기가 높아진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한동안 미국과 유럽 등에서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은 ‘가성비’ 브랜드라는 인식이 많았다. 고객층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최근엔 성능과 디자인이 뛰어난 차라는 평가가 강해졌다. 지난해 미국 및 유럽 시장에서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 세계 10위였던 현대자동차그룹이 20여 년 만에 세계 4위에 오른 것은 기적과 다름없다”며 “전기차 전환 추세와 맞물려 현대차가 내연기관차 시대에선 불가능했던 도전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