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P시장으로 머니무브…부족한 노후자산 쌓는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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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적립금 자산 연평균 34%씩 성장지난해 말 기준 개인형 퇴직연금(IRP) 적립금 자산은 총 46조49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IRP 시장은 2018년 말 이후 3년간 연평균 34% 성장했다.
기존 국민연금·퇴직연금에 불만
사적연금 장기투자 관심 커져
퇴직급여 IRP 계좌 의무이전
4월14일부터 미가입자로 확대
IRP시장 확대 탄력 붙을 듯
IRP 시장의 고성장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은퇴 후 노후자금 부족을 우려하는 사람이 국민연금이나 기존 퇴직급여만으로는 부족한 연금자산을 IRP를 통해 스스로 마련하려 한다는 것이다. 둘째, 저금리와 함께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증권사 IRP 계좌를 중심으로 퇴직급여 등의 목돈을 이체해 투자상품을 편입·운용하려는 욕구가 커졌을 수 있다. 셋째,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장인의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전환이 사적 연금에서의 장기 투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IRP 시장의 고성장 배경을 요약하자면 투자 및 운용 수요 증가에 따른 ‘머니 무브(자금 이동)’다. 그렇다면 이 같은 머니 무브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퇴직급여 이전·해지 경향 변화
IRP로의 자금 이동과 관련한 요인으로는 이·퇴직으로 지급된 퇴직급여의 이전 등 자금 유입과 계좌 해지 및 일시금 인출에 따른 자금 유출이 있다.퇴직급여 이전은 2012년 7월부터 퇴직연금제도 가입자를 대상으로 의무화됐고, IRP 시장 확대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통계청의 퇴직연금통계 결과를 살펴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퇴직급여 이전으로 인해 매년 10조원대의 자금 유입이 있었다. 2015년 10조8700억원에 불과했던 IRP 시장 규모가 2020년 35조원으로 커진 데는 퇴직급여 이전이 큰 영향을 미쳤다.문제는 계좌를 해지해 IRP로 이체된 퇴직급여를 곧바로 찾아가는 자금 유출이다. 2015년에서 2020년까지 계좌 해지 후 인출 금액 역시 매년 10조원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이에 따라 계좌 해지 후 인출 금액을 퇴직급여 이전 금액으로 나눈 해지율은 2018년만 해도 87%에 달했다. 퇴직급여 이전으로 들어온 자금이 대부분 다시 빠져나가는 셈이었다.
최근 이 같은 이전·해지 경향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 퇴직급여 이전 금액은 총 15조17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9년 대비 9.1%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반해 2020년 IRP 계좌 해지 후 인출 금액은 전년 대비 1.8% 감소한 11조원에 그쳤다. 해지율은 73%까지 하락했다. 이로써 매년 퇴직급여 이전 금액은 2015년에서 2020년까지 연평균 7.3% 늘어난 데 반해 계좌 해지 후 인출 금액은 같은 기간 연평균 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2019년과 2020년 2년 동안 이전·해지 격차 확대가 커졌다.1인당 퇴직급여 이전 금액은 5년 동안 연평균 5.4% 증가해 2020년 기준 1767만원이다. 이런 흐름은 IRP로의 인당 자금 유입 규모가 매년 늘고 있을 뿐 아니라, 퇴직급여가 고액일수록 인출되지 않고 IRP 계좌에 적립돼 운용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IRP 의무이전 대상 확대
이·퇴직 시 지급되는 퇴직급여의 IRP 계좌 의무이전은 오는 4월 14일부터 그 대상이 퇴직금제도 가입자(퇴직연금제도 미가입자)에게까지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기존 IRP 계좌의 해지율 현황을 감안할 때 이번 제도 변화로 추가 유입된 퇴직급여의 상당 규모 역시 바로 재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그럼에도 우리나라 대상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아직 52% 수준(2020년 기준)이어서, 퇴직금제도에 가입된 사람이 추가로 의무이전 대상에 포함될 경우 IRP 시장 확대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연금투자 및 운용 수요가 커짐에 따라 IRP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박영호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