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잃은 넥슨, 경영권·투자전략 변화 생기나

김정주 창업자 일가 지분 98% 재매각 여부 등 주목
국내 게임업계 '맏형' 넥슨의 창업자인 김정주 NXC 이사가 세상을 떠남에 따라 넥슨 경영권 등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작년 7월 도입한 전문 경영인 체제가 자리 잡혀가고 있어 경영 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고인이 적극적으로 관여하던 대외 투자에서는 방향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넥슨의 지주회사 NXC 지분 98%를 보유한 김 창업자 일가가 지분 매각을 재추진할지도 관심을 끈다.

◇ NXC·넥슨 경영전문인 체제…경영 전략 유지 전망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미국에서 사망한 김 창업자는 작년 7월 넥슨 지주사인 NXC의 대표이사에서 16년 만에 물러나 이사직만 맡고 있었다.

넥슨 초기 멤버 중 한 명인 이재교 NXC 현 대표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잡혀가고 있어 김 창업자의 부재가 경영 전략에 즉각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오웬 마호니 대표가 이끄는 넥슨(일본법인)은 2006년 전문경영인 체제가 도입됐으며 자회사 넥슨코리아도 2018년부터 내부 출신 이정헌 대표가 맡고 있다.김 창업자가 2018년 5월 재산 중 1천억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녀들이 회사 경영권을 승계하도록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전문경영인과 이사회를 통한 자율 경영이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 대주주 지분·투자 방향에는 변화 가능성

업계에서는 김 창업자 일가가 보유한 NXC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김 창업자는 2019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 위해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을 공개 매각하려고 시도했으나, 성사되지는 않았다.

김 창업자 일가의 지분은 작년 말 기준으로 본인 67.49%, 배우자인 유정현 감사 29.43%, 두 딸이 각각 가진 0.68%씩과 가족 소유 개인회사(와이즈키즈) 등을 포함해 98.28%에 달한다.
김 창업자의 지분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8조원을 웃돌 것으로 관측돼, 이 지분이 가족에게 상속될 경우 상속세가 절반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가 포브스, 블룸버그 등의 조사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김 창업가의 자산은 작년 3월 18일 기준 141억 달러(약 17조원)로 한국인 중 가장 많았다.

다만 유가족은 현 단계에서 상속 절차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 별도 빈소를 마련하지도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창업자의 개인적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가상화폐 등에 대한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김 창업자는 NXC의 투자를 사실상 총괄했으며 2014년부터 미국 콜라보레이티브 펀드(Collaborative Fund)의 파트너를 맡아 전 세계를 무대로 투자 활동을 했다.

NXC는 김 창업자가 대표로 있던 2017년 국내 최초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을 인수했으며, 2018년에는 유럽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도 사들였다.

2020년에는 금융거래 플랫폼 업체 '아퀴스'(ARQUES)를 설립해 가상화폐 등 다양한 금융 자산을 투자·관리하는 글로벌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다빈치가상대 학장은 "넥슨과 넥슨코리아는 경영자들이 자율적으로 경영하는 구조여서 눈에 띄는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김 창업자가 블록체인, 가상화폐거래소 등 게임 다음 사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인수·합병(M&A)을 했는데 이 부분은 일단은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