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은 李, 친문은 尹 지지…'이종교배' 판치는 대선판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박근령 전 이사장. 한경DB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2일 선언했습니다.

박 전 이사장 측은 이날 서울 여의도동 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에서 동서 통합을 통한 평화통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과 동시에 '영·호남통합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는 단연코 이 후보라고 확신한다"는 내용을 담은 박 전 이사장의 지지선언문을 대독했습니다.박 전 이사장은 이날 코로나19 확진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는데요. 박 전 이사장은 지지선언문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게 된 또 다른 큰 이유는 첫째, 유신론의 관념을 가진 '보수'가 '진보'를 포용해야 하는 법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박 전 이사장을 선대위 총괄특보단 고문으로 임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에는 '박근혜 써포터즈' 등 보수 진영 7개 단체 회원들이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에는 친문(친 문재인) 단체인 '깨어있는 시민연대(깨시연)'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한 단체이기도 한데요.

이민구 깨시연 대표는 "저희 '문파'(강성 친문 지지층)가 윤 후보에게 '서초의 빚'이 있다"며 "빚을 앞으로 두고두고 갚겠다"고 했습니다. 윤 후보는 "여러분과 제가 중간에 서로 오해도 있었지만, 결국 우리가 부정부패 없고 깨끗한 다른 나라를 만들자고 하는 데 대해 서로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화답했습니다.

다른 정치적 지향성을 가진 개인과 단체가 이·윤 후보를 엇갈려 지지하고 나선 건 과거 대선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번 대선만의 특징입니다.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약도 비슷한 데다 이념적 양극화가 심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선거가 임박하자 양측이 세(勢)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선 후보 간 정치적 가치나 철학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졌다면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역대급 비호감 경쟁만이 이뤄지는 이번 대선의 씁쓸한 단면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