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엑시노스 점유율 하락 심상찮다…5위까지 밀려나

대만 미디어텍, 美퀄컴 제치고 점유율 1위 질주
삼성전자 엑시노스2200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삼성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선 힘을 못 쓰고 있다. 삼성전자 AP 브랜드인 '엑시노스(Exynos)'의 시장점유율이 5%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중화권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와 내부 수율 이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엑시노스, 글로벌 AP 시장서 점유율 4%에 그쳐

2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AP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에 그쳤다. 전년 동기(7%)보다 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대만 미디어텍(33%), 미국 퀄컴(30%)·애플(21%), 중국 유니SOC(11%)에 이은 5위로 두 계단이나 떨어졌다.모바일 AP는 데이터 연산, 통신 등을 담당해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능에 속한다.

삼성전자는 2019년만 해도 전세계 스마트폰 AP 점유율 14%대로 애플을 앞질러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2분기부터 감소세를 보이면서 같은해 4분기 7%로 떨어지더니 지난해 3분기에는 5%까지 내려갔다. 급기야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은 4%에 그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엑시노스는 삼성전자가 인소싱과 중국 제조자개발생산(ODM) 아웃소싱의 스마트폰 포트폴리오 전략을 재정비하면서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이 4%에 그쳤다"며 "미디어텍과 퀄컴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포트폴리오에서 중가 4G, 5G부터 플래그십 모델까지 차지하는 영역이 점차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퀄컴 스냅드래곤 8-1세대, 삼성전자 엑시노스2200, 미디어텍 디멘시티9000, 애플 A15 바이오닉. [사진=노트북체크넷 캡처]
업계는 삼성전자와 유니SOC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유니SOC는 중국 칭화유니그룹 자회사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다. 리얼미·아너·ZTE 등 자국 스마트폰 업체와의 거래량을 늘리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특히 미국 제재로 타격을 입은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 자리를 꿰찬 게 주효했다.

삼성전자는 유니SOC에 4위 자리를 뺏긴 후 점유율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양상이다.

점유율 1위 미디어텍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주로 공략해 왔다. 그 결과 2020년 3분기 처음으로 퀄컴을 제치고 AP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지난해 2분기에는 점유율이 40%를 넘어서 절반 가까운 시장을 차지한 셈이다. 퀄컴은 2위지만 꾸준히 안정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퀄컴은 지난해 4분기 30%의 점유율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포인트 증가했다.미디어텍의 상승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일 가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남미 지역에서 5G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LTE(롱텀에볼루션) 수요가 지속됨에 따라 미디어텍은 올해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마트폰용 플래그십 AP '디멘시티 9000' 공급이 증가하면서 올 1분기 실적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1년 4분기 모바일 AP 점유율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반면 삼성전자는 점유율 반등이 불확실하다는 평이 많다. 삼성전자는 2014년 이후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에 출시 국가별로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을 구분 탑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출시된 갤럭시S22에는 스냅드래곤이 더 많이 탑재됐다. 엑시노스는 그간 내수용과 유럽, 인도 출시용 갤럭시S에 탑재됐으나 이번에는 유럽형 모델에만 탑재됐다.

뿐만 아니라 올 상반기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A73에도 퀄컴 스냅드래곤 AP가, 갤럭시A33에는 미디어텍 AP가 탑재될 전망이라 엑시노스의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엑시노스 경쟁력에 의구심 커져

엑시노스의 부진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언급된다. 같은 회사이자 고객사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전략과 설계, 생산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의 내부 이슈다.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 공략 차원에서 '갤럭시A'와 '갤럭시M' 시리즈에 무게를 뒀다. 이 과정에서 원가 절감을 위해 윙텍, 화친 등 중화권 ODM 물량을 늘렸다. 자체 생태계를 갖춘 ODM은 삼성전자 대신 다른 업체 AP를 활용했고, 삼성전자 MX 사업부까지 가격경쟁력 향상을 위해 미디어텍 AP를 본격 도입했다.

지난해 1월 공개된 '갤럭시A12'를 사례로 들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갤럭시A12 출하량은 5180만대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에 등극했다. 단일 모델로 5000만대를 돌파한 첫 사례다. 해당 제품에는 미디어텍 AP '헬리오P35'가 투입됐다. 갤럭시A12가 미디어텍이 글로벌 AP 시장에서 연간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데 크게 기여한 셈이다.
미디어텍칩셋
엑시노스 시리즈의 제품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점이 삼성전자로서는 가장 뼈아플 수 있는 대목. 과거 삼성전자는 내수용 갤럭시S 시리즈에는 AP로 엑시노스를, 미국 등에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적용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불만이었다. 성능, 발열 등에서 엑시노스가 뒤처진다는 이유에서다.

신작인 갤럭시S22 시리즈 내수용에는 '스냅드래곤8' 1세대가 장착됐다. 유럽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퀄컴 AP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로서는 뼈아픈 결과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 받은 엑시노스2200이 예상보다 덜 탑재됐기 때문이다.

2년 이상 협업한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하는 등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췄으나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에 대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점도 악재다. 스냅드래곤8 1세대와 엑시노스2200은 삼성전자 4나노미터(nm) 공정에서 양산되지만 불량률이 높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삼성전자는 "첨단공정 도입 초기 단계에서 겪는 시행착오일 뿐"이라는 반응이지만 우려를 쉽사리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