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위에 선 도기욱 넷마블 CFO 겸 신임 대표[CFO 포커스]

[한경 CFO Insight]
도기욱 넷마블 CFO 겸 대표
도기욱 넷마블 대표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사진)의 속내가 복잡합니다. CFO 역할에서 벗어나 이젠 넷마블 전체를 이끄는 대표 자리까지 맡게 되면서 어깨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현재 넷마블이 처한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거든요. 넷마블은 올 1월 2022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도 대표를 신규 선임했습니다. 당초 수행하던 CFO 업무도 그대로 갖고 가면서 말입니다.넷마블은 지난해까지 이승원·권영식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됐습니다. 올 들어 이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하고 글로벌 총괄 업무를 맡게 되면서 도 대표가 이 사장의 기존 자리로 오게 됐습니다. 도 대표는 CFO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면서 이 사장이 맡던 경영 전략과 관리 부문을 책임지게 됐습니다. 전무로 승진한 게 지난해라 게임업계에선 다소 파격적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1973년생인 도 대표는 올해로 50세입니다. 대원고등학교를 나와 중앙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인디스앤 기획실장과 CJ게임즈 경영지원실장을 거쳐 CJ E&M에서 게임 부문 재경실을 이끌었습니다. 경력의 대부분이 재무에 특화돼 있는 재무통이기도 합니다.

넷마블에서도 CFO 출신 대표는 이례적이지만, 다른 업권으로 넓혀봐도 CFO 출신 대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넷마블이 재무적인 고민이 많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넷마블의 지난해 매출은 2조5059억원입니다. 전년에 비해 0.8%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나마 지난해 4분기 중 연결 편입된 세계 3위 모바일 소셜 카지노 게임업체 스핀엑스의 연결 효과를 제외하면 자체적인 매출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기존 게임 타이틀의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인 데다 신작은 부진한 여파죠.

영업이익률도 상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지난해 4분기만 보면 넷마블의 영업이익률은 7.7%인데 지난해 연간으로 보면 6.2%랍니다. 2019년 영업이익률은 9.3%였고, 2020년엔 10.9%였습니다. 연간 기준으로는 꽤 낮아진 수준을 보인 것이죠. 연봉 인상에 따라 인건비 부담이 확대된 영향도 있습니다.

사실 넷마블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게임 시장 자체는 성장하고 있지만 게임 업체들의 수익성은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물론 인건비 영향이 큽니다. 지난해부터 개발 인력 확보 전쟁이 벌어지면서 게임 업체들이 앞다퉈 연봉과 성과급을 인상했거든요. 이렇다 보니 다른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던 게임 업체들마저도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게 된 겁니다.기대와 달리 성장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주식시장에서도 혹평이 이어지고 있고요. 넷마블도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김승범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올해는 인건비로 대표되는 투자 회수에 나설 시점"이라며 "빠른 신작 출시로 고정비 부담을 완화해야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용도 개선도 올해 도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현재 회사채 시장에서 통용되는 넷마블의 신용등급은 AA-입니다. 경계에 있긴 하지만 소위 말하는 우량 등급(AA급 이상)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죠.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나이스신용평가가 넷마블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달아놓고 있거든요. 사업과 재무 상태에 따라 언제든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넷마블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면서 자기자본에 비해 과중한 수준으로 차입금이 증가했다고 봤습니다. 스핀엑스만 해도 인수 규모가 2조6000억원에 달했거든요.2019년까지만 해도 넷마블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은 0.3~0.8배에 불과했습니다. 2020년엔 3배,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3.3배까지 높아졌답니다. 넷마블은 한 단계만 신용등급이 떨어져도 A급으로 주저앉죠.

신용등급 강등은 단지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다는 일차원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자본시장에서 넷마블의 위상과 입지가 낮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재무통이자 넷마블의 새로운 수장이 된 도 대표의 행보에 시장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