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IPO 어쩌나…신창재·어피니티 ICC 2차 중재 간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한경DB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풋옵션(투자자가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 분쟁을 벌이고 있는 재무적투자자(FI) 어피너티 컨소시엄(이하 어피너티)이 국제상공회의소(ICC)에 2차 중재를 신청했다.

어피너티는 지난달 28일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 의무 이행을 구하는 중재를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신청했다고 2일 밝혔다. 어피너티는 이번 2차 중재를 신청하면서 신 회장에게 자신의 평가기관을 통해 산정한 공정시장가격(FMV) 평가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어피너티는 이를 통해 산출되는 최종 공정시장가격을 풋옵션 가격으로 신 회장에게 지급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의 계약 위반과 의무 이행의 부당한 지연으로 입은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어피너티 측은 "ICC 중재에 이어 국내 법원에서도 신 회장에게 풋옵션 의무가 있다고 명확히 판단했는데, 신 회장은 그 이행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며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2차 중재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어피너티,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된 FI다.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할 때 신 회장이 끌어들인 바 있다. 교보생명이 2015년까지 상장하지 않으면 FI가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상장이 계속 미뤄지면서 양측 관계가 틀어졌다. FI는 주당 40만9912원에 신 회장이 주식을 되사갈 것을 요구했으나, 신 회장은 가격 산정이 터무니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이에 어피너티는 2019년 ICC에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ICC 중재재판부는 어피너티 측이 제시한 행사 가격(40만9000원)은 효력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어피너티가 당초 바랐던 매수 가격(24만5000원·총 1조2054억원) 대비 2배에 가까운 차익을 남기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사실상 신 회장이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교보생명 측은 어피너티의 ICC 2차 중재 신청을 자사 IPO(기업공개) 추진을 방해하려는 행위로 해석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피너티의 2차 중재 신청은 교보생명의 IPO를 방해하려는 것"이라며 "어피너티가 교보생명과 신 회장을 괴롭히기 위한 무용한 법적 분쟁을 반복해 교보생명 고객과 주주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어피너티는 시간 끌기 전략으로 선량한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선택을 할 것이 아니라 IPO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