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HW·SW 모두 업그레이드…전기차 '톱 플레이어' 될 것"

현대·기아 '쾌속 질주'
(2) 전기차 전환 가속페달 밟는 현대차

2030년 글로벌 점유율 7%
17종 라인업, 187만대 판매
제네시스는 SUV 등 6종 구축
E-GMP 개선, 모터 등 표준화
“하드웨어 개선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해 두 자릿수 이익률을 창출하겠습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2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2 최고경영자(CEO) 투자자 설명회’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provider·제공자)로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가 이날 발표한 ‘중장기 전동화 전략’은 2030년까지 전동화 체제로의 전환을 가속해 ‘전기차 톱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생산능력 확충 위해 전용공장 검토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14만 대, 글로벌 점유율은 3% 초반 수준이다. 현대차는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지난해 대비 13배가량 많은 187만 대, 점유율은 두 배 이상 높은 7%로 설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현대차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을 포함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기존 전용 플랫폼(E-GMP)을 개선해 효율적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늘리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역량도 강화하기로 했다. 차량의 지속적인 업데이트 등을 위해 2030년까지 미래사업 투자액의 30%에 달하는 12조원을 소프트웨어 분야에 쏟아붓겠다는 방침이다.판매 확대의 기본 전제는 생산능력 확충이다. 우선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해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시설을 전기차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전환한다. 현대차는 전기차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기지도 늘릴 계획이다. 기존 한국과 체코에서 나아가 전기차 생산기지를 확대한다.

기존 생산공장 외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도 검토 중이다. 시장에선 미국을 유력 후보지로 꼽고 있다.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 외에 제대로 된 전용공장을 갖춘 곳은 드물다. 당장 새로 짓는 데 필요한 시간과 막대한 비용, 노동조합의 반발 등 때문이다. 장 사장은 “미국 전동화 관련 투자와 생산은 가까운 시일 내 다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187만 대 판매에 필요한 170GWh 규모의 배터리 조달 방안도 마련했다. 미국 등에서 배터리사와 제휴를 통해 2025년 이후 차세대 배터리의 절반을 조달할 계획이다.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더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도 쓰기로 했다.

○전기차 라인업 늘리고 수익성 개선

현대차는 전기차 라인업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2030년까지 총 17개 이상의 차종을 갖출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 선보일 아이오닉 6에 이어 2030년까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6종 등 11종을 구축한다.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출시하는 제네시스는 올해 출시하는 GV70 전기차를 비롯해 2030년까지 SUV 4종 등 6종 이상을 갖추기로 했다.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효율적으로 확대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2025년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이오닉 5를 탄생시킨 E-GMP를 한 단계 개선하고, 현재 전기차마다 별도 사양이 필요한 배터리와 모터까지 표준·모듈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행거리를 50% 이상 늘린 승용 전용 플랫폼(eM)과 배달·배송, 차량 호출 등에 대응하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전용 플랫폼(eS)을 도입한다.

○모든 신차에 무선 업데이트 기능

현대차는 전기차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소프트웨어 부문에도 대폭 투자한다. 지난해 GV60에 처음 적용한 무선 업데이트(OTA) 기능은 연말부터 모든 신차에 넣기로 했다. 2025년까지 전기차는 물론 모든 차종(23종)에 OTA 기능을 적용해 매일 새로운 차를 타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자율주행 경쟁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연말 제네시스 G90에 레벨 3 수준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을 처음 적용한다. 레벨 3는 주행 중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차량이 스스로 앞 차와의 거리, 차로를 유지하는 단계다.

완전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로보라이드’ 서비스는 올 상반기 국내 주요 도시에 시범 도입한다. 2023년부터 점진적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커넥티비티와 자율주행 등에 4조3000억원, 스타트업과 연구기관 지분 투자에 4조8000억원, 빅데이터 센터 구축 등에 2조9000억원을 투자한다.

궁극적으로는 2030년 전기차 부문 영업이익률 10% 이상 달성이 목표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중장기 수익성 목표를 달성해 추가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주주 환원 확대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