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김정주 못다 이룬 꿈 '엔터 왕국' 이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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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마블'·'디즈니' 출신 영입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이사가 지난달 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넥슨의 미래’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게임사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게임 이외의 미래 먹거리를 타진하는 등 그룹의 큰 그림에는 애착을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특히 ‘선장’을 잃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향배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美 유명 영화사 AGBO 투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에 '애착'
선장 잃어 사업 향배 촉각
IB업계선 넥슨 재매각설도
2일 NXC와 넥슨에 따르면 김 이사가 넥슨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IP 사업을 주도하기 시작한 건 2020년이다. 같은 해 케빈 메이어 전 월트디즈니 최고전략책임자를 사외이사에 임명하면서다. 지난해 7월 회사는 ‘필름&텔레비전’이라는 조직을 미국에 신설하고,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전문가인 닉 반 다이크를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해 새 조직을 맡겼다. 다이크 수석부사장은 월트디즈니에서 10년 동안 기업 전략 및 사업개발부문 수석부사장으로 재직했다. 작년 11월에는 팀 코너스 전 마블스튜디오 최고운영책임자를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지난달 미국의 유명 영화·드라마 제작사 AGBO에 최대 6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AGBO는 앤서니 루소, 조 루소 감독과 마이크 라로카 프로듀서가 201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설립한 영화사다. 루소 형제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등 인기 마블 영화를 감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큰 그림의 구심점을 잃어 향후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재매각 이슈 여진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가족들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게 하겠다”는 뜻이 확고했던 만큼 유족들이 지분 정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 상장된 넥슨의 지분 40% 이상을 보유한 NXC에 대한 김 이사 지분은 67.49%다. 배우자인 유정현 NXC 감사 지분 29.43%, 두 딸이 각각 가진 0.68%, 가족 소유 개인회사(와이즈키즈)의 지분까지 더하면 김 이사 일가의 총 NXC 지분은 100%에 달한다. 김 이사는 2019년 넥슨을 매물로 내놓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김 이사의 재산이 그대로 가족에게 상속될 경우 상속세만 수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유가족의 일부 지분 매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은 아직 상속 절차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업계의 애도도 이틀째 이어졌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후배들과 만나 얘기 나눌 때 어떤 벽도 느껴지지 않고 눈높이를 맞춰 이야기해주시는 분”이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도 “모두가 암호화폐를 사기라고 혹평하던 시절부터 늘 따뜻하게 맞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밝혔다.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도 “이렇게 갑작스레 보내드리게 되다니 가슴 한편이 베어나간 것 같다”고 심경을 전했다.한편 넥슨의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넥슨재팬 주가는 6.17% 올랐다. 국내에 상장된 넥슨의 자회사인 넥슨지티와 넷게임즈도 양사 간 합병 등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재료로 작용하며 각각 전날보다 6.98%, 5.06% 상승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