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사장 "펀드시장 다시 살리겠다"
입력
수정
지면A24
NH투자증권 사장 3연임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사진)이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NH투자증권 이사회는 증권업의 중심축이 점차 투자은행(IB)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IB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 사장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연임의 걸림돌이었던 옵티머스 사태도 발빠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사회서 단독 후보로 추대
영업이익 1조 조기 달성
옵티머스 사태 발빠른 대응
"피해 최소화했다" 평가도
○금융그룹 수익구조 다변화
NH투자증권은 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후보로 정 사장을 단독 추천했다. 정 사장의 대표이사 연임안은 오는 23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월부터 여섯 차례에 걸친 임추위를 통해 여러 후보자에 대한 검증 절차를 진행했다. 임추위는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경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역량 △자본시장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 △옵티머스펀드 관련 전략적 사후 대응 △농업·농촌·농협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시너지 사업 개발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정 사장을 단독 후보로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정 사장이 2018년 대표 취임 당시 내건 목표는 ‘5년 후 이익 1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직원들은 실현 가능하다고 보지 않았다. 2017년 말 기준 회사의 영업이익은 4592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그 목표를 지난해 조기 달성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조316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조클럽’에 들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67% 늘어난 수치로, 미래에셋증권(1조4858억원)을 바짝 추격한 2위였다. 취임 직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약 3배로 늘어났다.
은행에 편중됐던 농협금융그룹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데도 기여했다. 지난해 농협금융그룹 순이익의 42%를 NH투자증권이 차지하고 있다.
○“옵티머스 연속성 있는 대응 필요”
연임의 걸림돌은 옵티머스펀드 사태였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 최다 판매사로서 투자자를 보호하면서도 주주들로부터 배임이라고 지적받지 않을 수 있는 ‘묘수’가 필요했다. 옵티머스펀드에 돈이 묶인 일반 투자자들에게 100% 원금을 지급하는 대신 펀드 투자자들로부터 수익증권과 여기에 딸려 있는 각종 권리를 사들여 돌파했다.또 NH투자증권은 이 권리를 근거로 공동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는 하나은행(수탁은행)과 한국예탁결제원(사무관리회사)을 상대로 손해배상 및 구상금 청구 소송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관계기관 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정 사장이 계속 대응하는 것이 회사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 본인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한 사기·배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정 사장은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2017년부터 사용한 휴대폰 전부를 검찰에 먼저 제출하는 정공법을 썼다.
○디지털 플랫폼 역할 확대 예고
정 사장은 세 번째 임기에도 ‘고객’에게 집중할 계획이다. 정 사장은 “디지털로 전환해 가는 환경에서 어떻게 더 많은 고객을 우리의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이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 플랫폼에 계속 머무르게 하느냐가 올해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의 디지털 플랫폼 나무(Namuh)는 지난 2년간 신규 계좌 410만 개를 유치했다.또 다른 키워드는 펀드 시장의 회복이다. 정 사장은 “자본 시장이 커지려면 펀드 시장이 확대돼야 하는데, 위축된 사모펀드 시장을 회복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본부가 기존 은행들이 담당하던 직접수탁 업무에 증권사 최초로 뛰어들었다. 사모펀드 사태를 거치며 은행들이 사모펀드 수탁을 꺼리면서 ‘수탁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 사장은 “수탁기관으로서 감시 기능을 강화해 사모펀드 시장을 키우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