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적 생후 1개월 쌍둥이…여권 없이 우크라 국경 넘었다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헝가리 국경 도시 자호니의 기차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인들은 주변국으로 피란하고 있으며 폴란드에만 피란민 10만 명이 몰린 것을 비롯해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에도 우크라이나인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사진=AFP
한국 국적의 생후 1개월 쌍둥이가 여권도 없이 우크라이나에서 루마니아로 탈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에 거주하던 교민 A씨의 현지인 배우자 B씨와 출생 1개월 된 쌍둥이 자녀가 지난달 말 루마니아로 출국했다.이들은 출국을 위해 한국 국적인 쌍둥이의 여권 발급을 대사관에 요청했지만 규정상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까지 직접 와야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당시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상태였고, 남편 A씨가 한국에 체류 중이어서 현지인 부인 B씨가 어린 자녀를 데리고 키예프까지 이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공관 측은 여권을 우편으로 보내주거나 긴급여행증명서를 이메일로 발급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소식으로 공관원들이 긴급 대피하면서 이 같은 계획도 무산됐다.결국 이들 가족은 전시 상황으로 실물 여권을 전달받지 못한 채 루마니아 국경을 넘었다. 다만, 체르니히우가 루마니아에서 가까워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었고, 쌍둥이의 상황은 공관에서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