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권일용 "고유정 20년 뒤 가석방 신청할 수도"

2019년 6월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고 있는 고유정의 모습. 사진은 경찰이 촬영한 영상의 캡처본 /사진=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고유정(39) 사건이 재조명됐다.

지난 2일 방송된 채널A 범죄다큐스릴러 '블랙: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졸피뎀을 탄 카레를 먹인 뒤 잠이 든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고유정의 실체를 파헤쳤다.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은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나 생각해볼 만큼 잔혹한 행위가 일어난 사건"이라며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고유정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라고 밝혔다.

이혼 과정에서 아이의 친권과 양육권을 가지게 된 고유정이 전 남편에게 아이를 보여주지 않자 전 남편은 법원에 '면접교섭권'을 신청했다. 그러나 고유정은 세 번이나 출석하지 않았고 과태료 처분까지 받은 끝에 출석했다.

그날 법원은 아이와 아빠가 청주에서 만나는 것으로 합의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고유정은 일방적으로 장소를 청주가 아닌 제주도로 바꾼다.그렇게 이들은 제주도에 예약해 놓은 무인키즈펜션으로 향했다. 아이의 진술에 따르면, 그날 자신과 아빠는 엄마가 해준 카레 요리를 먹었지만 엄마는 먹지 않았고 이후 고유정은 아들에게 비디오 게임기를 쥐여주며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다. 이후 미리 사두었던 식도로 남편을 살해한다.

다음 날, 아이를 먼저 친정집에 데려다 놓은 고유정은 다시 펜션으로 향해 미리 사두었던 물건으로 시신 훼손과 청소를 했다.

훼손한 시신은 펜션 인근 쓰레기통과 해상 등 여러 곳에 나눠 유기했다. 이후 고유정은 경기도에서 전기톱을 사용하여 시신을 2차로 훼손하고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마지막 쓰레기봉투를 유기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사망한 전 남편의 핸드폰에 "성폭행으로 고소하겠다"라는 문자를 보낸 후 당사자로 위장해 "미안하게 됐어. 그런데 고소는 하지 말아달라"고 스스로 답장까지 보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권일용은 "제가 다른 계획범죄 사건에도 몇 번 투입됐지만, 이 사건만큼 철저하게 준비해서 실행한 경우는 못 봤다"라며 "고유정은 범행을 앞두고 '졸피뎀', '키즈펜션 CCTV', '제주 키즈펜션 무인', '피 지우는 방법', '제주 바다 쓰레기' 등을 검색하며 (살인을)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유정의 근황과 관련해 "식사도 잘하고 재소자들과도 관계 유지를 잘하며 지내고 있다고 한다"라며 "그런 정도의 수감생활이면 20년 정도 지나서 가석방을 신청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주장했다.시신을 끝내 발견하지 못한 유가족은 피해자가 생전에 쓰고 다니던 모자에 붙어있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장례를 치렀다고 전해진다.

가석방의 요건으로는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이 행상(行狀)이 양호하여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승재현 형사법부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론상으로 형집행 중 모범수형자로 뉘우침이 뚜렷한 무기징역 수형자의 경우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가석방은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결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