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70% 로봇으로 돌렸더니 세계 1위 오르고 일자리 늘어"

스마트 공장이 제조업 미래다
(2) 인력난 해소·근무 혁신

스피폭스, 다품종 대량생산 가능
단순 업무 외국인력 30% 줄여

텔스타는 스마트 인재 6명 채용
제이엠푸드, 1시간 작업 10분으로
강병헌 스피폭스 스마트공장·생산기술 총괄 부사장이 반제품 운반용 로봇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콘덴서 케이스 전문기업 스피폭스는 지난달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최근 5년간 제조 공정의 약 70%를 스마트공장으로 대체한 덕분에 공장 가동을 줄여도 납기를 맞추는 데 문제가 없었다. 단순 반복 작업에 종사하는 외국 인력 고용은 그동안 30%가량 줄였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된 스마트공장이 중소기업 제조혁신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기업의 절반 수준을 밑도는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을 생산 자동화를 통해 끌어올리는 게 핵심이다. 스마트 공장 운영을 위한 전문인력 수요가 늘면서 ‘중소 제조업은 3D업종’이라는 편견을 뒤집는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2018년 스마트공장 도입 업체 7903개에서 업체당 평균 2.6명의 고용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임직원 90명 규모의 자동차 부품 측정장비업체 텔스타는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으로 2019년 스마트 시범 공장을 구축했다. 이듬해 제조 데이터를 활용한 AI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청년 6명을 새로 고용했다. 텔스타 관계자는 “최첨단 스마트 공장 시스템을 다룰 수 있는 청년 인재를 지속적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 제이엠푸드는 노동집약적인 업종 특성 때문에 청년 인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업체는 2020년 스마트 공장의 기초 단계인 제조실행시스템(MES)을 도입해 재고 확인 소요 시간을 1시간에서 10분으로 줄이는 등 업무 효율을 30% 이상 높였다. 근무 환경이 개선되면서 청년 4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었다.

스피폭스 역시 내국인 인력 부족 탓에 공장 조업을 외국 인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터였다. 더욱이 언어 및 문화 장벽으로 인해 작업자와 관리자 간 소통이 어렵고, 품질까지 저하되는 문제로 이어졌다. 이 업체는 2016년 반제품을 세척기에 넣고 빼는 관절 로봇을 시작으로 스마트 공장 구축에 나섰다.스피폭스는 스마트 공장 도입 5년 만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자율화·무인화된 생산라인에서 다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덕이다. 생산량이 늘어난 데다 스마트공장 운영 인력까지 필요하게 되면서 임직원은 89명에서 103명으로 늘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 좋은 예다. 이 업체가 보유한 콘덴서 케이스 품목은 600여 종, 하루 평균 생산량은 4000만 개에 달한다. 김용래 스피폭스 대표는 “연내 검수·포장까지 자동화를 마치면 일평균 생산량이 7000만 개로 늘어난다”며 “경쟁업체들은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스마트공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들의 미충원율은 11.8%에 이른다. 그만큼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코로나 이후 외국 인력 공급이 급감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도 스마트 공장의 양적·질적 확산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확산된 스마트공장이 기술혁신에만 국한되지 않으려면 스마트제조혁신 특별법을 제정해 전문 인력 육성 등 제도적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