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1%대 저성장' 어떻게 막을 건가

"5년 뒤 경제성장률 1%대 하락"
한국경제학회 학자들 절반 '경고'

자본축적과 인구구조 성숙에도
선진국, 기술진보 덕에 지속 성장

교육개혁으로 창의적 인재 양성
규제 풀어 기업투자·혁신 끌어내야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 경제는 1970년대 연평균 10%가 넘는 기적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그 후 경제성장률은 꾸준히 하락해 최근 5년(2017~2021년)만 보면 경제성장률이 평균 2.3%에 불과하다. 여기엔 물론 코로나 위기 기간이 포함돼 있지만, 코로나 위기 전 5년을 고려해도 경제성장률은 평균 2.8%다.

경제성장률이 이렇게 하락하는 것은 일면 당연하다. 필자는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UC버클리 교수,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교수와의 공저를 통해 한국 경제가 성숙함에 따라 기적적인 경제성장률이 자연스럽게 하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첫째,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감소한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완공은 생산성의 엄청난 상승을 가져왔지만, 고속도로가 넘쳐나는 지금 추가적인 고속도로는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 초기에는 자본 축적만으로 고성장할 수 있지만, 자본이 충분히 축적된 지금 이런 식의 성장은 지속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둘째, 경제 성장 초기에는 생산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베이비붐 세대가 퇴장함에 따라 생산인구의 상대적 비중이 감소하고 고령층이 늘어난다. 이는 1인당 생산을 줄이고 성장률을 낮춘다. 셋째, 경제 발전 초기에는 기술 수준이 낮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최신 기술을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 스스로 신기술을 개발하면서 성장해야 한다. 이미 있는 기술을 배우는 것에 비해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이 더 소요되므로 성장률은 더뎌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성장률이 무한정 하락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선진국이 이미 이런 성장 둔화를 겪었음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미국은 1960년 이후 40년 동안 평균 3.5%의 성장률을 나타냈고,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금융 위기와 코로나 위기를 겪었음에도 평균 성장률이 1.7%에 이른다. 충분히 자본 축적을 이뤘고 인구구조도 성숙한 국가들이 이처럼 꾸준히 성장하는 이유는 순전히 기술 진보에 기인한다.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면서도 이 정도 수준의 성장률 달성이 가능한 것이다.그런데 최근 한국경제학회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를 우려케 한다. 한국경제학회에서는 연구 실적이 우수한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데, 올해 첫 번째 주제가 경제 성장에 관한 것이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5년 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일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50%에 가까웠다.

만약 이렇게 경제성장률이 1%대로 하락한다면 한국과 미국 간 격차는 더 이상 좁혀질 수 없다. 한국은 꾸준히 성장해가면서 구매력평가 기준 1인당 소득이 미국의 3분의 2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기술 수준도 그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이미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미국도 두 차례 위기 이전에 그보다 훨씬 높은 성장을 했는데, 아직 최고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우리가 1%대 성장을 한다는 것은 실망스럽다.

결국 앞으로 경제 성장의 열쇠는 더 빠른 기술 혁신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기술 혁신을 위해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는가? 한국경제학회의 설문조사는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설문은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에 대해서도 물었는데, 가장 많은 대답은 인적자본 투자 효율성 저하에 따른 인적자본 형성 부족이었다. 두 번째로 많은 대답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한 기업의 투자 및 혁신 유인 감소였다.기술 혁신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많은 경제학자들이 효율적인 인적자본 투자를 첫손에 꼽은 것이다. 한국은 70%가 넘는 대학진학률로 양적인 인적자본 투자에서 단연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 교육이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역대 정부들은 항상 규제 개혁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공무원들의 소극적인 자세를 비난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부에 모든 책임을 미루는 국민의 인식도 한몫했다고 본다. 코로나 위기와 대통령 선거는 다시 한번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점검할 기회를 주고 있다. 기적적으로 일군 경제 성장을 선진국 진입의 초입에서 되돌리지 않도록 새롭게 출범할 정부는 노력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