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가 만든 드론 우주전쟁…"드론 스포츠 국제 룰 정립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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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경 스페이스워 대표

자율주행 '라이다' 달린 골대
드론이 통과할 때마다 스코어
"AR 기술 접목…재미 더하겠다"
박민경 스페이스워 대표가 경기 성남시 스타트업캠퍼스에서 드론과 가상환경을 결합한 경기 플랫폼 미니어처를 두고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는 골대들을 향해 10여 대 드론이 창공을 가른다. 적 팀 기체들 ‘빈틈’을 뚫고 점수를 따내면 박진감은 배가 된다. 많게는 100개까지 골대를 설치할 수 있다 보니, 선수들의 전략적 판단이 더욱 중요하다. 세상에 없던 드론 스포츠인 ‘드론스페이스워’는 토종 스타트업 스페이스워가 개발했다. 2020년부터 3년간 세계 최대 규모 IT·가전전시회 CES에 참가하며 주목을 끈 게임이다.

박민경 스페이스워 대표는 “드론 스포츠는 축구·레이싱 등 다양한 게임이 있지만, 독일·미국·오스트리아 등 각자가 제각각 룰로 움직인다”며 “드론스페이스워로 드론 스포츠의 국제적 룰을 정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스페이스워는 2017년 설립됐다. 업체를 이끄는 박 대표는 아들 하나를 둔 ‘워킹맘’이자, 20년 경력의 컴퓨터공학과 출신 개발자다. 과거엔 GS홈쇼핑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개발부터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책자 분류 소프트웨어(SW) 제작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일했다. CJ인터넷(현 넷마블)에선 국내 최대 1인칭 슈팅게임(FPS) 히트작으로 꼽히는 ‘서든어택’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런 그도 2015년 첫아이를 출산하고 나서는 ‘경단녀’가 됐다. 박 대표는 “경력이 있으니 다시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재취업의 발목을 잡았다”며 “그때 취미생활로 하던 드론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즐길거리가 되는 드론을 만들자’는 목표는 세웠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2018년 한국나노기술원 예비창업자 프로그램, 2019년 창업진흥원 초기창업패키지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현재의 드론스페이스워 체계를 완성했다. SW와 연계 장비들은 박 대표가 직접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1주일에 절반은 밤을 새우며 2년 반 동안 시간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드론스페이스워는 보편화한 ‘드론 축구’와 ‘드론 레이싱’을 합쳐 놓은 듯한 모양새다. 골대 크기는 높이 3.5m와 5m 두 가지 형태로, 폭은 180m 정도다. 게임에 사용하는 드론은 30㎝부터 2m까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드론 수를 기준으로 3 대 3이나 5 대 5 형식으로 운용하며, 골대 수는 10개부터 100개까지 늘릴 수 있다. 어떤 골대든 통과하면 색이 바뀌며 점수를 준다. 골대에는 자율주행차에서 쓰는 레이저 기반 감지장치 ‘라이다(LiDAR)’가 부착돼 있다. 골대 수가 많아 레이싱 능력이 중요하다. 적 드론의 공간 침투를 잘 막아야 해서 축구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증강현실(AR)과 인공지능(AI) 기술은 드론스페이스워의 재미를 키울 기반이다. 박 대표는 “추후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에 나오는 형태처럼 경기 중 드론이 쓸 수 있는 AR 아이템을 만들 것”이라며 “드론 조작을 보조할 수 있는 AI와 함께 게이머들 편의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경기 개최는 올해 확장한다. 박 대표는 “올해 육군 ‘드론봇 챌린지’ 등 오프라인 대회와 미국·태국 사업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