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10弗 뚫었는데…OPEC+ '찔끔 증산'

WTI 7%↑…11년 만에 최고가
전쟁 격화로 공급 부족 뻔한데
하루 생산량 고작 40만배럴 늘려

알루미늄·니켈·석탄값도 치솟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는 등 국제 유가가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급 불안이 커진 결과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날보다 7% 급등해 배럴당 110.6달러로 마감했다. 2011년 5월 이후 11년 만의 최고가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5월물)도 전날보다 7.6% 뛴 배럴당 112.93달러로 장을 마쳤다. 2014년 6월 이후 8년 만의 최고가다.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 공급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제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에서 민간기업들은 러시아 원유 수입, 은행들은 관련 신용장 개설 등을 중단했다. 제재가 이뤄지기도 전에 러시아산 원유가 시장에 풀릴 길이 막힌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다음달에도 하루 40만 배럴의 원유 증산 계획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와 똑같은 생산량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논의 없이 13분 만에 회의를 마무리했다. 미국이 중동 안보에 들이는 노력을 줄이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미국과 러시아·중국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장중 알루미늄 선물은 t당 3597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니켈 선물 가격은 11년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알루미늄과 니켈 모두 러시아가 주요 산지다. 호주 뉴캐슬 발전용 석탄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46% 급등하며 t당 446달러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 최고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많이 생산되는 밀 선물 가격은 3일 부셸당 11.34달러에 거래되며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