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곧 초고령화 사회…대한민국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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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인구 트렌드지난해 대한민국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전년보다 줄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초(超)저출산 현상이 낳은 결과다.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2003년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출범시킨 이후 관련 대책에 약 200조원을 퍼부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설령 올해부터 기적적으로 출산율이 급등한다고 가정해도, 새로 태어난 아이들이 경제활동인구가 될 때까지는 20년 넘게 걸린다. 어떻게 하든 적어도 20년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영수 지음
블랙피쉬
296쪽│1만7000원
인구 전문가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쓴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는 ‘인구 절벽’ 사태를 맞은 한국의 향후 5년간 사회상을 전망하고, 개인과 기업의 대응 전략을 조언한다. 저자는 경제와 일자리, 도시정책, 주거, 교육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최신 통계와 생생한 해외 사례를 기반으로 설득력 있는 통찰을 제시한다.인구 감소는 국가 경제에 커다란 악재임이 분명하지만,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저자는 “인구는 줄어들어도 고객은 늘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당장 길거리 광고판만 봐도 기업들이 재빠르게 인구 감소에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산부인과는 정형외과로, 독서실은 요양시설로, 인스턴트 식품은 건강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인구 절벽으로 개인이 직면하는 가장 큰 변화는 주거 영역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눈에 띈다. 빈집은 늘고 지방을 중심으로 슬럼화가 진행된다. 노인들이 건강할 때부터 아플 때까지 한 집에서 계속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간병 부가형 단지(CRCC) 등 새로운 특화형 노인 주택들이 줄지어 들어서게 된다.
지방 발전을 통해 출산율을 올린 일본의 사례, 산업용 로봇 도입 등 자동화로 인구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려는 외국의 정책 동향 등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저자의 식견에 감탄하게 된다. 다만 중간중간 논리의 비약이 보이는 건 옥에 티다.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 이유로 고령화 현상을 꼽은 게 대표적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