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경쟁자' TSMC·인텔 수십조 쏟아붓는데…갈길 먼 삼성

삼성전자와 TSMC 로고 [사진=연합뉴스]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제 사회의 경제 안보 이슈가 대두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전례없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3일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반도체 산업의 설비투자(CAPEX) 규모는 총 1904억달러(한화 약 229조원)로 조사됐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1539억달러(약 185조원)보다도 24% 이상 많은 수준이다.IC인사이츠는 반도체 설비투자액이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이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1993~1995년 이후 27년 만이다.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전자기기 수요 급증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의 영향으로 역대급 호황기를 맞았다. 이에 발맞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중심으로 공격적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세계 1위 TSMC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TSMC의 올해 예상 투자액은 420억달러(약 50조67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40% 증가한 것으로, 2019년 149억3700만달러(약 18조215억원)보다 2.8배나 커진 규모다. 순수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도 전년 대비 155% 증가한 45억달러(약 5조4200억원), UMC는 71% 증가한 30억달러(약 3조6100억원)를 각각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도 올해 지난해보다 44% 증가한 270억달러(약 32조5700억원)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고 인수합병(M&A), 공장 신설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그중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대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인텔은 지난달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9위인 이스라엘의 타워세미컨덕터를 인수하기도 했다.
2008~2022년 전세계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 변화 [자료=IC인사이츠 제공]
다만 IC인사이츠가 올해 설비투자 확대를 예상한 주요기업 명단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대 메모리 공급업체는 빠졌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인 국내 업체들도 비메모리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2030년까지 170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내세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을 짓고 있으며 평택캠퍼스 P4 라인 증설에도 나설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8인치 파운드리 업체인 키파운드리를 인수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 경쟁자들의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국내 업체들이 격차를 좁히기엔 충분하진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반도체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170조원이 대부분 파운드리에 투자된다고 가정해도 연간 20조원 수준이다. TSMC는 올해 파운드리에만 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어서 격차가 크다.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는 압도적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를 무자비하게 늘리고 있다. 현재 같은 사업 구조로는 (삼성전자의) TSMC 추격이 쉽지 않다"며 "파운드리에서의 파격적 진전이나 의미있는 M&A를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장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