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쉽지 않았던 '소년심판',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잘하고 싶었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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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소년심판' 심은석 판사 역
김혜수 "소년범죄에 대한 편협한 시각 변해"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한국 시리즈 최초로 소년법정을 조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년심판'. 이 작품은 뉴스 속에서 접한 적 있는 소년범죄를 주제로 다채로운 시각을 균형 있게 그려내고 소년범죄와 관련 시스템을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중심에서 김혜수는 깊은 고뇌를 통해 배우로서 참모습을 드러냈다.
4일 진행된 온라인 인터뷰에서 김혜수는 "한순간도 쉬울 수 없었던 작품"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작품을 준비할 때 메시지에 대한 진정성을 생각했고 진심을 가지고 연기했다"며 "시청자들이 메시지에 공감해 주시고 소년범죄에 대한 다각적인 시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대해 의의를 가진다"고 했다.'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소년범의 처분을 놓고 차태주(김무열), 강원중(이성민), 나근희(이정은) 판사와 치열하게 대립하고 갈등하는 이야기다. '소년형사합의부'라는 허구의 부서를 만들어 우리 사회 속 모든 10대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를 담았다.
김혜수에게 '소년심판'은 그 어느 때보다 책임감을 크게 느낀 작품이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다채롭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미디어가 순기능을 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오는 게 쉽지 않아요. 정말 쉽지 않은 작품이었는데 그런데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함의적인 메시지 때문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제대로 잘 만들어져서 드라마로서뿐만 아니라 이면의 의미를 공감하고 실제 인식이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잘하고 싶었죠."
김혜수에 따르면 전국의 소년부 판사는 20여 명 남짓. 작품 준비를 하며 절반 가까운 숫자의 판사들을 만났다. 그는 "대본에 판사님들의 유형이 다 들어있더라. 대사가 딱딱하다고 느꼈는데 실제 판사님들을 만나보니 정말 그런 이야기를 하신다. 정말 취재가 잘 됐다는 생각을 했다. 판사들의 방식과 태도 등을 많이 참고했다"고 밝혔다.'소년심판' 촬영 이전과 후, 김혜수가 소년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졌다. 그는 "캐릭터를 준비하고 촬영하며 자연스럽게 느끼고 몇 개월 이후 시리즈 전편을 보며 다시 한번 스스로 다짐하게 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제가 소년범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얼마나 편협했나 생각을 해보았어요. 보는 분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아요. 심은석의 대사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고 시작합니다. 심은석은 그들이 저지른 범죄를 혐오하죠. 그러나 단순히 혐오만 하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범죄자를 이해하고 변명의 여지를 주자는 게 아닙니다. 범죄 자체는 혐오하지만 어떠한 색안경도 끼지 않고 (판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함축적인 대사라고 생각해요."
드라마는 소년 법정에 선 소년범과 그들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어른의 역할이 무엇이고 소년사건이 왜 우리이 문제인지,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김혜수는 "현실에 맞게 소년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것에 일부 동의는 하지만 개정 전, 이런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예방과 이를 뒷받침 해주고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함께 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소년심판'은 지난 2월 25일 첫 공개된 후 다음날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전 세계 31위로 출발해 지난 3일 7위까지 상승하며 국내외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