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같은 덩치에 승차감은 세단…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신차털기]

랜드로버 모델 중 최고 역동성
특별팀이 만든 SVR, V8 슈퍼차저 엔진
승차감은 세단, 다이내믹 모드선 짜릿한 고속주행감
거대 중량 잡아주는 안전 코너링도 눈길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은 제로백 4.5초, 최고속도 280㎞/h로 역대 레인지로버 차량 중 가장 빠르고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고성능차다. 사진은 SVR 모델의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경비행기와 함께 주행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랜드로버 모델 중 가장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갖춘 모델로 꼽히는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을 타봤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모델은 2005년 첫 출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만대 이상 팔린 모델이다. 평소에는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안정감을 느끼다가도, 가끔씩은 역동적이고 강렬한 운전의 재미를 즐기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모델이다.

일반 가솔린 모델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MHEV)이 적용된 신형 3.0L 'I6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이 탑재돼 높은 효율성과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최고출력 360마력, 최대토크 50.5kg·m로 제로백은 6.6초다. 엔진 회전을 0.5초만에 6만5000rpm까지 즉각 도달하게 해주는 전기 슈퍼차저가 장착돼 반응성이 뛰어난 것도 특징이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차량 전면부 모습. /노정동 기자
그중에서도 SVR 모델은 재규어랜드로버의 고성능차를 만드는 SVO(Special Vehicle Operation) 팀이 특별 제작한 모델이다. 5.0L에 달하는 배기량을 갖춘 V8 슈퍼차저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575마력, 최대토크 71.4kg·m라는 괴력을 뿜어낸다. 제로백은 4.5초, 최대속도는 280km/h에 달한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모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능을 뽐낸다. 가격은 1억7947만원(개소세 포함)이다.

서울 을지로입구역부터 경기도 가평 한 카페까지 왕복 150km를 주행했다. 날씨가 맑아 도로 사정이 비교적 깨끗했고, 도심 주행에선 약간의 정체 현상이 있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차량 측면부 모습. /노정동 기자
우선 외관을 살폈다.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지붕선과 포인트를 준 허리 라인으로 레인지로버 차량의 디자인 전통을 그대로 따랐다. 레인지로버 특유의 후방 램프와 통합형 배기파이프도 스포츠 모델의 역동성을 부각시켰다. 21인치 5-스플릿 스포크 알로이 휠도 레인지로버 디자인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장점으로 꼽히는 부분. 엔진 쿨링 기능의 보닛 벤트와 빨간 SV 브레이크 캘리퍼 역시 스포츠 SUV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차량 내부 모습. /노정동 기자
실내 디자인은 외부의 '거대함'과는 다르게 화려함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랜드로버 특유의 견고하고 반듯한 구성에 붉은색 가죽을 입혀 색상의 반전을 표현했다. 이와 함께 시트 곳곳에 붉은색 스티치를 더해 개성을 살렸다. 최고급 윈저 가죽 시트와 SVR 퍼포먼스 시트가 사용돼 고급스러움에 편안함까지 느껴졌다. 정속 주행 시 SUV이면서도 세단 주행의 느낌이 나는데 시트가 한몫했다.

시동을 거니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한 우렁찬 소리를 토해냈다. 랜드로버의 고성능 및 특별 모델을 위해 개발된 V8 5.0L 슈퍼차저 엔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575마력에 71.4kg.m에 이르는 강력한 토크를 대변하는 풍부한 사운드 같았다. 2445kg에 이르는 공차중량에도 정지 상태에서 단 4.5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이 가능하다. 엔진소리가 280km/h에 이르는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퍼포먼스 SUV를 입증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차량 후방 모습. /노정동 기자
주행감은 그야말로 시원시원했다. 가속 성능은 물론이고 추월 가속, 고속 주행 등 다채로운 주행 환경에서 '넉넉한 힘의 여유'를 한껏 보여줬다. 차량 모드도 다양했다. 다이내믹, 에코, 컴포트 등 일반적인 모드뿐 아니라 눈길, 진흙, 모래에 이어 높은 경사로를 오르는 '암벽등반' 모드까지 장착됐다. 컴포트 모드를 통해 도심 속 안정적인 주행을 즐기다가도, 고속도로에선 다이내믹 모드로 주행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줬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차량 트렁크 모습. /노정동 기자
가속 성능보다 더 놀라웠던 건 코너주행에서 였다. 경기도 외곽의 고경사로 지형을 돌 때도 거대한 차량의 무게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줬다. 특히 전자식 액티브 디퍼렌셜(안정적인 코너링을 돕는 장치)이 장착돼, 차체의 움직임과 운전대의 위치를 세밀하게 감지해 굴곡이 심한 코너에서도 차량 자세를 안전하게 제어해줬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차량 내부 모습. /노정동 기자
경량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모노코크 바디'(차량 하부 프레임과 상부의 바디가 일체형으로 제작된 구조)가 민첩한 핸들링과 역동적인 반응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레인지로버 스포츠 모델을 처음 접하는 운전자라도 약간의 적응 시간을 거친다면 쉽게 다룰 수 있는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