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적고 가격 저렴…NK세포 치료제, 항암제 시장 판 뒤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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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인사이드국내 바이오업계에서 NK(자연살해)세포 치료제 개발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최근 여럿 나왔습니다. 차바이오텍은 약물의 부작용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 1상을 마쳤다고 지난 3일 발표했습니다. 박셀바이오는 준비 중인 임상 2상에서 냉동 후 해동 시 효능 저하가 적고, 생산 효율을 더 높인 NK세포 치료제를 쓰겠다고 4일 밝혔죠.
암세포 추적해 '자연살해'
T세포 치료제보다 부작용 적어
NK세포(사진)는 T세포와 함께 우리 몸의 대표적인 면역세포입니다. 암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의 몸에서도 암세포는 수시로 생겨납니다. 세포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일부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하고 제거하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의 몸에서 일부 생겨난 암세포는 그 세를 불리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면역세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암세포 수가 증가한 암환자라면 어떨까요. 평소 몸에 있는 면역세포보다 더 많은 양의 면역세포를 넣어주면 암세포를 모두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개념에서 출발한 게 면역세포치료제입니다.면역세포 치료제로 실제 쓰이는 데는 NK세포와 T세포 중 T세포가 더 빨랐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자연 상태로 배양해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효과가 NK세포보다 T세포가 더 좋았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암세포만 골라 죽일 수 있도록 하는 항원수용체의 유전자를 집어넣기가 NK세포에 비해 T세포가 더 수월했기 때문입니다. 2017년 노바티스가 출시한 CAR-T(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 ‘킴리아’가 이런 원리로 나온 면역세포 치료제입니다.
하지만 NK세포가 단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환자 자신의 것만 사용할 수 있는 T세포와 달리 NK세포는 타인의 것을 이식했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이 적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암세포를 추적하는 유전자를 NK세포에 집어넣을 수만 있다면 CAR-T 치료제보다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항암제가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CAR-NK’ 치료제입니다. 건강한 사람에게서 NK세포를 채취한 뒤 이를 배양해두고 여러 암환자에게 두루 쓰겠다는 것이죠. 개발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 곳은 임상 1상에 진입한 미국의 페이트 테라퓨틱스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가성비’가 좋다 해도 효능이 우선이겠죠. CAR-T 치료제에 비해 효능 지속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아직까지는 고전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국내에선 지씨셀의 CAR-NK 치료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릅니다.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을 2분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할 계획입니다.
T세포에 비해 NK세포의 부작용이 적다는 점에 주목한 국내 신약 벤처기업도 많습니다. 암세포를 추적하기 위한 유전자 조작을 따로 하지 않고 NK세포를 많이 투여하기만 해도 암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입니다. 부작용이나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하려고 환자나 가족에게서 채취한 NK세포를 배양해 수십 회에 걸쳐 반복 투여하는 것이죠. 일종의 ‘인해전술’인 셈입니다. 박셀바이오, 엔케이맥스, 차바이오텍, 에스엠티바이오 등이 이 방법을 택했습니다. 가령 박셀바이오는 임상 2상에서 NK세포를 매일 1회씩 5회 투약 후 한 달 뒤에 다시 같은 방법으로 투약합니다.장기 투약을 위해선 세포 보관도 중요합니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NK세포는 냉동 후 해동했을 때 효능이 약화되기 때문에 이 점을 개선한 NK세포를 임상 2상에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