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울진 북면 전역이 화마에 휩싸여

한때 한울원전 구역까지 불길 번지기도…국도 등 도로 곳곳 통제
"불길, 연기, 도로 통제…어디로 가야 할지"
4일 오후 4시께 경북 울진군 북면 7번 국도는 화마가 내뿜는 희뿌연 연기로 뒤덮였다. 국도 주변 곳곳에 불이 붙고 연기가 자욱하게 퍼지면서 오가는 차들은 거북이걸음을 면치 못했다.

차를 타고 가던 한 주민은 바로 눈앞에서 불길이 번지는 모습에 당황해하며 급하게 멈춰서기도 했다.

국도 주변 민가에도 불이 붙어 집주인이 불을 끄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 오전 11시 17분께 울진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난 불은 강풍을 타고 주변으로 번지면서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커졌다.

경찰은 불이 7번 국도를 넘어 북면 소재지까지 번지고 강풍을 타고 강원 삼척 방향으로도 번지자 7번 국도를 아예 통제했다.

군도 등 작은 도로도 곳곳에서 통제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해 당황해하는 주민도 많았다. 한 주민은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불길과 도로통제로) 길이 막혀서 그냥 기다리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북면에 자리 잡은 한울원자력발전소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발전소 구역 내로 불씨가 날아들면서 한때 일부 직원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그나마 원전 건물까지 타지는 않았지만, 발전소 구역 안 곳곳에는 나무와 풀이 타면서 내뿜는 연기가 자욱했다.

헬기는 연이어 원전 주변을 날며 불이 더 번지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간이 지나면서 원전 구역 내 불은 어느 정도 잦아들었지만, 산불진화대원과 소방대원들은 인근 마을 곳곳으로 옮겨붙은 불을 끄느라 사투를 벌였다.
이 일대에서 확인한 불에 탄 민가나 창고만 해도 4채였다.

소방청은 이번 산불로 현재까지 주택 12채·창고 3채, 비닐하우스 1동이 소실된 것으로 파악했다.

불이 난 북면 일대에는 KT를 제외한 다른 통신사는 통화나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

이러다가 보니 현장에 출동한 산불진화대원과 주민 등은 답답해하며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녔다.

북면보다 남쪽에 있는 죽변면으로 나와서야 통신이 터졌다.

경북도도 지휘통제소를 북면에서 울진읍에 있는 울진군청으로 옮겼다.

산림이 타는 메케한 냄새와 연기가 북면 전체에 퍼지면서 많은 주민은 다른 읍·면으로 대피했다.

현재까지 대피한 주민은 약 4천 명이다.

도는 현재까지 산불 피해면적이 약 2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헬기는 철수하고 산림 당국은 불길이 더 번지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와 산림 당국은 주택 등 시설물 보호를 위해 민가 주변에 소방차와 진화 차를 집중적으로 배치했고 주불 방향에서 진화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 관계자는 "산불 진화를 위해 육군 50사단, 해병대 등 군부대를 동원하기로 협의했고 도와 군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들도 함께 산불 진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