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 삼척까지 확산…국내 최대 LNG 기지 위협

산불 피해규모 10년 만에 최대

5000명 마을회관 등 긴급 대피
울진·삼척 산림 총 3300㏊ 피해

건조한 날씨·강풍에 진화 어려워
중대본 가동…재난사태 선포
4일 오전 11시17분께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으로 인해 밤 늦은 시간까지 확산하고 있다. 산림청은 이날 오후 2시10분 산불 3단계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을 발령했다. 산불 3단계는 예상 피해 면적이 100㏊ 이상, 평균 풍속 초속이 10m 이상일 때 발령된다. 산림청 제공
4일 오전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밤늦게 강원 삼척까지 확산하면서 소방당국이 ‘진화 총력전’을 펼쳤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불은 오전 11시17분께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발생했다. 도로변에서 시작된 불이 순식간에 인근 산 정상 부근으로 번졌다.

당국은 오후 1시50분 전국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한 데 이어 오후 2시10분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을 발령했다. 산림당국과 소방당국은 산불 진화 헬기 30여 대와 산불 진화 대원 1200여 명, 소방 차량 290여 대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화마’, 최대 LNG 단지 노려

불이 처음 발생한 북면 두천리를 비롯해 상·하당리, 사계리, 소곡리 등 9개 마을 2215가구 주민 3900여 명이 산불 현장과 떨어진 마을회관, 초등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산불이 삼척으로 확산하자 삼척시도 원덕읍 월천리, 산양리, 노경리, 사곡리, 기곡리 주민 1000여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내륙에서 난 산불은 7번 국도를 넘어 해안으로까지 번지면서 한울원전 쪽으로 이동했다. 소방청은 한울원전 측 요청에 따라 중앙119구조본부 울산 119화학구조센터에 배치한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을 현장에 출동시켰다.

한울원전에는 6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송전망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한울 1∼5호기 출력을 50%까지 낮췄다”며 “원전 주변 산불도 초기 진압에 성공해 설비 손상 없이 안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문제는 불이 삼척 호산리 방향으로 번져 이곳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를 위협했다는 점이다. 삼척 LNG 기지는 2017년 준공, 중부지방을 비롯해 강원·영남지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국내 최대 규모 LNG 기지다.

98만㎡ 부지에 LNG 저장탱크 12기와 시간당 1320t 규모의 기화 송출설비, 국내 최장(1.8㎞) 방파제, LNG 선박 접안부두 등 최신 시설을 갖췄다. 특히 27만kL급 상용화 LNG 저장탱크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다. 소방당국은 대원 225명과 장비 85대를 LNG 기지에 집결시키는 등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산림당국은 이날 밤 9시까지 산불 영향구역이 울진 3240㏊, 삼척 60㏊ 등 총 3300㏊에 달해 최근 10년 만에 최대 피해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2020년 4월 경북 안동에서 난 산불이 1944㏊를 태워 피해가 가장 컸다.

○정부 재난사태 선포

산불 피해가 이렇게 커진 데는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은 밤 10시를 기해 강원남부산지·강원중부산지·강원북부산지에 강풍경보를 발효했다. 기상청은 강풍특보가 내려진 강원 산지에 6일까지 시속 35~60㎞ 이상인 센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산불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정부는 재난사태 선포를 통해 인력·장비·물자 동원, 위험구역 설정 등의 긴급 조치를 취한다. 재난사태가 선포된건 역대 네 번째다.

이날 오후 5시14분께 서울 개포동 구룡마을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대모산으로 번졌다. 소방당국은 인근 소방 인력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이 불로 산림 2㏊와 주택 등 여덟 채가 소실됐다.

안동=오경묵/대전=임호범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