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산불] '화마로부터 학교 구해라' 밤새 진화 도운 선생님들

동해상고·창호초 교직원, 지척까지 내려온 산불에도 학교 지켜
강원 강릉에서 시작해 바람을 타고 동해로 번지던 산불은 사흘간 산림 곳곳을 태우며 인근 학교들까지 위협했다. 불길이 자칫 건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학생들을 위해 밤새 소방호스를 잡고 배움의 터전을 지켜낸 교직원들의 헌신이 6일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5일 동해시 묵호동은 곳곳에서 건물이 타고 산림에 불이 붙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동해로 불길이 넘어오기 몇 시간 전, 묵호동에 자리한 창호초등학교에서는 교장, 교감을 비롯해 교사와 행정실 직원, 학교 동문까지 10여 명이 모여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 막상 뒷산까지 불길이 넘어와 점차 학교까지 향하려 할 때는 소방차를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동해시 내 소방력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아 학교까지 빨리 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행정실장은 소화전에 호스를 길게 이어 교사들과 산으로 향했고 불길이 학교 담장을 넘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물을 뿌려댔다. 학교 외벽이 드라이비트(콘크리트 벽에 스티로폼 단열재를 붙이는 공법)로 지어진 까닭에 불이 붙는다면 큰 피해가 예상됐다.

교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학교는 야외 잔디밭 10㎡ 정도가 탄 것 외에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이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6일 오전까지 학교에서 밤을 지새웠다.
발한동에 자리한 동해상업고등학교의 경우 상황은 더 급박했다.

전날 아침, 교장은 교직원 10여 명을 비상 소집해 소방기구를 점검했다.

학교 규모가 큰 까닭에 건물 각 층에서 호스를 가져다 소화전에 길게 연결했고, 배수펌프도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

멀리 보이던 연기는 금세 불길로 변해 학교 뒤쪽까지 다다랐고, 교직원들은 소방차가 올 때까지 물을 뿌렸다.

특히 급식소 옆의 액화석유(LP)가스 저장고와 변압기 주위로 물을 뿌려 불길이 닿지 못하게 애썼다.

이어 도착한 소방관들은 산에서 내려오는 큰 불길을 잡았고, 교사들은 잔불 정리에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불길은 강풍을 타고 되살아나 이날 오전 4시께 다시 학교 근처까지 위협했다.

비상 대기하던 교직원들은 소방대원들과 함께 화마와 맞섰다.

이들의 헌신으로 학교 담장 밖에서 불길을 막아냈다.

이진기 동해상업고등학교장은 "교직원들은 그저 소방관들을 도왔을 뿐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진짜로 박수받아야 할 주인공은 소방관들이며 우리는 학교에 피해가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학교 시설 피해는 현재까지 없다. 도 교육청은 동해 묵호고와 북평여고, 동해중앙초, 천곡초, 북삼초 등을 이재민 임시 대피 시설로 개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