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탄값 500달러 돌파…철강제품 줄인상 예고

조강 수출 러 2위, 우크라 9위
아르셀로 열연코일 20% 올려
車·조선·전자 원가부담 커져
철강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 가격이 치솟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마비로 제철용 원료탄과 니켈,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철강제품 가격이 연쇄 상승하는 철강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호주산 원료탄 가격은 t당 505달러를 기록했다. 원료탄 가격이 t당 5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올초 대비 42% 올랐고, 1년 전에 비해선 394% 급등했다. 같은 날 중국 칭다오항 철광석 가격은 t당 153달러로, 작년 11월 대비 76% 상승했다.

철강업계는 두 나라의 전쟁이 글로벌 철강 공급망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글로벌 조강 생산량 기준 각각 5위, 12위 국가다. 수출량 기준으로는 각각 2위, 9위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두 나라를 합쳐 5%에 달한다. 유럽 최대 철강사 아르셀로미탈은 최근 열연코일 등 철강제품 가격을 20% 가까이 올리기도 했다.

러시아의 또 다른 주력 원자재 수출상품으로, 고급 강판 제조에 사용되는 니켈,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 가격 역시 연초 대비 30~40% 올랐다. 제련 과정에서 불순물 제거 등에 쓰이는 희소금속인 페로실리콘 가격도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상승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희소금속 등 부원료는 컨테이너선으로 도입하는데 주요 선사가 러시아 노선 운항을 중단해 대체 도입처를 찾고 있다”며 “운임까지 오르고 있어 철강제품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철강제품 가격 상승은 자동차, 조선, 전자 등 국내 주력 산업의 원가 부담 증가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에너지·원자재 수급 상황 개선을 위한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4일엔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15조원 규모의 공급망 안정지원 대책을 내놨다. 다만 당장 수급 다변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산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