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동부유 외치는 中도 감세로…한국에 시사점 크다

중국 정부가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5% 안팎으로 제시했다는 소식은 걱정부터 앞서게 한다. 지난해(8.1%)보다 낮고, 1991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체 교역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무역국의 이런 저성장 전망은 악재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올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다소 무리하게 잡은 수치가 그 정도라고 한다. 실제 성장은 이보다 훨씬 낮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그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발표한 업무보고 내용 중 주목할 대목은 성장 전망치 자체가 아니다. 중국이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내놓은 정책수단들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30쪽 분량의 업무보고에서 민생을 20여 차례, 감세를 일곱 차례나 강조했다. 반면 지난해 초부터 드라이브를 건 ‘공동부유(共同富裕·함께 잘살자)’는 한 번 언급했다. 지난해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큰 그림’으로 공동부유를 띄우며, 빅테크 기업들을 몰아붙이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그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에 코로나 회복 기대와 기저효과로 정점(18.3%)을 찍은 후 세 분기 연속 급락세다. 빅테크 때리기와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도 악재로 작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변수까지 겹치면서 올해는 5% 성장도 어렵다는 우려가 커졌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 시나리오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다. 이런 상황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기업 때리기에서 감세로 급선회한 것이다.

중국은 한국과 비교하기 어려운 경제대국이다. 2020년 기준으로 교역규모는 8배, 국내총생산(GDP)은 9배, 인구는 28배에 달한다. 그런 거대 국가도 상황이 달라지면 신속히 정책기조를 바꾼다. 한국은 어떤가. 이념과 진영정치에 사로잡혀 ‘친(親)노조-반(反)기업’ 정책과 재정 퍼주기로 일자리는 일자리대로, 나라살림은 나라살림대로 거덜낸 게 지난 5년이다. 그사이 잠재성장률, 출산율 등 주요 지표가 하나같이 역대 최저 기록을 썼다. 코로나 사태도 이런 망국의 행보를 막지 못했다.

리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올해 중국 경제는 위험과 도전의 명백한 증가로 언덕을 넘고 골짜기를 지날 수밖에 없다”며 정책 선회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엔 그런 설명을 하는 리더조차 없다. 반드시 투표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