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에 줘야할 생활지원비 月 1조…지자체 "선별 지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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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구·울산 등 '곳간 바닥'“3월 들어 닷새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115만 명 나왔어요. 생활지원비를 1주일치로 단순 계산해도 2800억원 규모입니다. 이 추세면 한 달에 조(兆) 단위로 들어갈 텐데,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고 국가 재정도 감당 못합니다.”
서울 "국비부담 80%로 늘려야"
"중앙에서 추경예산 내려와도
50% 부담할 재정 여력 없다"
"지급 대상 축소해야" 목소리
"쏟아진 2월 신청분, 감당 안돼
소득별로 차등화해서 주거나
중증만 지급 등으로 바꿔야"
코로나19 생활지원비 업무를 담당하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방 곳간이 바닥났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입원·격리자의 생계비 지원을 목적으로 지급하는 생활지원비 예산이 확진자 폭증으로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실상을 설명하면서다. 각 지자체에서는 “예산 부담 비율을 조정하거나 지급 대상을 축소하는 등 생활지원비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시, 국고 비율 상향 긴급 요청
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3일 기획재정부와 질병관리청에 공문을 보내 “코로나19 입원·격리자 생활지원비 국고 보조 비율을 현행 50%에서 80%로 상향 조정해달라”고 긴급 요청했다. 현재 생활지원비 예산 분담률은 국비 50%, 지방비 50%(시비 33.3%, 구비 16.7%)다.서울시의 이 같은 요청은 재정여건이 열악한 자치구를 중심으로 생활지원비 부담 역량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예산이 소진된 자치구들은 생활지원비 신청이 들어와도 지급을 늦추거나 재난기금 등에서 자금을 끌어와 겨우 메우는 실정이다.올해 질병관리청이 본예산으로 편성한 생활지원비 지원사업자금 3251억원은 두 달 만에 사실상 바닥을 드러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이달부터는 관련 예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생활지원비 신청 및 심사기간 등을 감안하면 실제 집행은 신청 후 한 달가량 뒤에 이뤄진다”며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 명 이상으로 치솟은 2월 중순의 입원·격리자 신청분이 이달 중순부터 쏟아져 들어올 텐데 대부분 자치구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추계 실패에 현장 혼란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생활지원비 예산을 2조3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정부의 추경이 내려와도 소용없다는 반응이다. 국비 1조1500억원에 매칭할 지방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추경으로 국비가 내려오면 급한 불은 끄겠지만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어 순식간에 소진될 것”이라며 “일부 지자체는 당장 추경에 매칭할 지방비를 확보하기도 어려운 처지”라고 말했다.일각에선 “정부가 생활지원비 예산 추계를 제대로 하지 못해 현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추경과 관련해 생활지원비 지급기간과 지급 인원 추계를 정부에 물어봤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예측을 제대로 못하니 대비할 수 없었고,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질병청이 확진자 폭증을 예상해 지난달 14일 생활지원비 지원 기준을 종전보다 깐깐하게 변경하기는 했다. 종전까지는 격리자가 속한 가구의 전체 인원을 기준으로 지급액을 산정하던 것을 실제 입원·격리자 수에 따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예를 들어 4인 가구에 1명만 격리돼도 종전에는 4인 기준 최대 130만원을 지원받았지만, 개편 이후에는 1인 기준으로 최대 48만원만 받게 됐다.
문제는 정부가 방역체계를 재택치료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가족 전체가 확진·격리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가구원 전체의 생활지원비를 지급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급 기준 정비해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생활지원비 지급 기준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국비 보조율을 상향하거나 생활지원비 지급액을 축소, 또는 중증에 한해 지급하는 등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했다.생활지원비가 꼭 필요한 계층을 중심으로 선별 지급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중·경증 여부나 소득 수준에 따른 세분화된 지급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하수정/정지은/이선아 기자 agatha77@hankyung.com